기자는 가끔 부모님 차를 몰고 통학한다. 안성캠에 차량통제시스템이 설치되면서 주차카드 신청을 하고자 기자는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총무처를 찾았다. 차분히 카드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나가려 할 때 즈음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싸가지 없는 방호원 좀 어떻게 해달라”는 어느 여학생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총무처 교직원은 그 학생의 불만을 달래느라 애썼다. 당시 옆에 있었던 기자는 나서서 말리지는 못했지만 신경을 쏟아 학생이 토로하는 불만에 집중했다.

  학생의 입장은 이러했다. 주차카드가 없는 학생은 매번 총무처에서 확인도장을 받아야만 주차료가 면제된다. 주차카드를 신청하면 하루 정도 발급기간이 걸리는데 그녀는 그 기간동안 주차확인 절차가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방호원이 사정을 듣지 않고 다짜고짜 주차료를 내라고 해 기분이 나빴다고 투덜댔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학교를 출입할 때마다 확인증을 받으러 총무처에 들리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만약 신청을 했다면 발급기간 동안만이라도 신청서 사본 등을 임시 차량카드로 이용하도록 할 수 있는데 총무처는 원칙만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하며 같은 말 해야하는 방호원에게 그런 말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을까.

  기자는 주차카드 신청을 마치고 일부러 총무처에서 확인증을 받지않고 정문을 나서보았다. 방호원과 마주했다. “고생하십니다. 제가 주차카드를 신청했는데 깜박하고 확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내일 중에 나온다는데 오늘은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방호원은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출입을 허용했다. 학교에선 예전부터 홍보를 해왔고 뒤늦게 신청한건 우리 학생들인데 카드가 발급되는 하루를 못참고 목소리를 높힐 이유는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기 전에 자신의 행동과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하면 자신의 생각과 표현방법을 정리할 수 있다. 불만이 있더라도 완곡한 표현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예의라고 부른다. 만약 학생이 방호원과 원만하게 이야기했다면 ‘싸가지’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교직원에게 아쉬운 점을 조목조목 말하며 보다 나은 개선안을 모색할 계기를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과거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건사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중학생 아들의 패륜적인 방화, 지하철에서 할머니와 중학생의 언쟁은 우리를 경악케했다. 이러한 추태를 지성의 전당이라할 대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는게 씁쓸하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보다 좋은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자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고운호 대학보도 부장  U_know@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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