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베토벤보다 200여년 앞섰지만 두 거장에게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시공을 초월하여 문학과 음악에 있어 으뜸가는 고전캐넌. 둘째, 신비감과 감동을 주며 휴매니티에 바탕을 둔 심오한 사색. 셋째, 그들이 50 여년의 길지 않은 생애를 통하여 불꽃같은 내공을 쌓은 불후의 명작으로서 인류의 위대한 공동유산이다. 나는 두 거장의 생애와 작품을 깊이 있게 알고서 좋아한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 마다 학생들에게 그들의 텍스트를 읽고, 공연을 보고, 연주를 들으라고 해설을 곁들여 권고한다.

  나는 지난주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을 또 다시 만나 가슴이 뛰는 기쁜 시간을 가졌다. 피아니스트 이연화 교수 (음악학장) 베토벤 파아노 협주곡 전곡 시리즈Ⅱ: “피델리오 (Fidelio)” 서곡 작품 72;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다단조 작품 37; 피아노 협주곡 제 5번 내림 마장조 작품 73 ‘황제’이다. 금노상 교수(음대 관현학과)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이 교수는 2009년에 피아노 협주곡 제 1, 2, 4번에 이어 이번에 제 3번, 제 5번을 연주하여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 전곡을 연주함으로써 16년의 세월 속에서 이룬 대장정의 한 자리를 매김하는 큰 업적을 이루었다.

  피아니스트 이연화 교수는 고등학교를 절업하고 곧바로 도미하여 외로운 유학생활 속에서 굳은 의지와 열정으로 피아노 음악 공부를 하고 피아노 연주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대학에서 가르치며 꾸준히 갈고 닦은 예술가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누군가 그를 “뛰어난 테크닉과 독창적인 악곡 해석법으로 음악의 언어를 형상화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이번 연주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강렬한 톤 컬러와 서정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낭만적인 선율과 정열적인 곡상을 잘 표현했다.

  콘서트를 성공시킨 데는 지휘자 금노상 교수의 역할도 크다. 나는 금 교수의 지휘를 여러 번 보아왔다. 볼 때마다 성숙도가 더해진 노련미와 경륜을 읽을 수 있다. 쥬빈 메타 (Zubin Mehta)와 비슷한 점도 조금 있지만 금 교수는 오버액션을 삼가는 편이다. 기하학적 동선의 배치가 알맞고 모빌리티를 적절히 조절한다. 포물선을 그리는듯하면서 안으로 아우르며 밀어올리는 듯이 솟구치는 지휘기법이 참으로 멋지다. 피아노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교감을 위해 모두를 동시에 끌어안는 분위기를 창출한다. 여유롭고 부드러우며 겸손한 매너도 일품이다. 이번 연주회에서 이교수와 금 교수가 음악대에 함께 재직하면서 서로 이해하며 보살피는 인정의 꽃도 피워냈다. 커튼콜을 함께 받는 두 분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나는 런던, 뉴욕, 비엔나에서 셰익스피어 공연과 베토벤 연주를 여러 번 보고 들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다. 두 분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벽을 넘어 각자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을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풍요로움을 안겨준 두 교수께 감사를 표한다.

 

최홍규 문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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