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교과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체제에서 의대 체제로의 전환을 각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의전원 제도를 도입한지 정확히 10년 만이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의전원 제도가 한국에선 난항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의전원의 실패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같은 전문대학원인 로스쿨의 경우 인가 신청 기준이 엄격함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이 로스쿨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였다. 반면 의전원은 상당수 대학이 전환을 꺼려했다. 고액의 등록금, 학생의 고령화, 이공계열의 의전원 편향 등 의전원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별법 제정 하에 전환된 로스쿨과 달리 의전원은 국고 지원, 교수 충원 등 교육부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해 강압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41개의 의대 중 15곳은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으며 12곳은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14곳은 의대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의대와 의전원 간의 커리큘럼의 차별성을 두지 않은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다. 로스쿨의 경우 기존 법대와 로스쿨 간의 커리큘럼의 차별성을 두어 시행했다. 그러나 의전원의 학생들은 의대 학생과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함께 듣는다. 의학전문대학원 이태진 원장보(의대 의학부 교수)는 “의대와 의전원으로 이름만 구분 지었을 뿐, 동일한 내용을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의학전문인 양성을 목적으로 했던 의전원은 그 동안의 부실한 투자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실패로 무너지고 말았다. 교과부는 금년 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에 한해 40억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전원에 대한 투자가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MD-PhD(Doctor of Medicine-Doctor of Philosophy, 의과학자)를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MD-PhD프로그램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등록금과 일부 생활금을 지원해준다. 허갑범 명예교수(연세대 의학부)는 “미국은 MD-PhD프로그램을 약 50여년간 진행해 왔다. 한국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사업이다”고 말했다.

이태진 학장보(의대 의학부 교수)는 “의전원에서 의대로의 전환은 잠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가 다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온 것과 같다”며 “교육부가 의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고 의전원이 실패로 돌아간 요인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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