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민영화축제, 인디 포럼, 퀴어영화제, 인권영화제 등이 영화제다운 영
화제를 치루지도 못한 채 정부의 탄압속에 파행을 겪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학인들의 고민을 통해 건설적 대학문화를 이뤄내기 위한 영화제가 중앙대
학교에서 마련된다.

"깸!?!"

자본, 이데올로기, 관습, 통념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는 `깸'이라는 주제를 가
지고 개최되는 `제 2회 표현의 자유 완전 쟁취를 위한 독립영화제'가 그것이
다.

정경대 학생회 문화국, 문과대 `꼼새', 국어국문학과 `그림일기', 철학과 `無비',
사회복지학과 `비창', 문화연구패 `청개구리'가 모여 준비한 이번 영화제는 지
난 해에 이어 올해가 2번째로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법과대학 6101강의실
에서 개최된다.

`독립영화'

한때 대학인들에게 있어 독립영화란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을 표방하며 새로
운 유통, 교육을 고민하는 집단의 작업을 의미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진보의
이름으로 불리던 독립영화가 90년대 현재 다양성의 시대라는 명제속에 묻혀
상업영화에 편승되는등 독립영화의 지향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 상영은 주로 대학가를 주무대로 이루어
졌으나 대학인들의 외면으로 안팎의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깸!?!"
을 통해 현 시점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의미와 고민을 함께 나누고 독립영화
와 영화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한편, 최근의 검열사태와 심의기
준에 대한 토론의 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과 외면으로 `소수만의 독립영화제'
가 되지않도록 작품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내용이 지나치게 난해하지 않으
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키고 충분히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
는 작품으로 주로 단편 애니메이션이많이 상영될 예정이다.19일 영화제 첫날
은 독립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전승일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내일인간'과
`김세진.이재호열사' 외 이성강 감독, 나기용 감독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상영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20일에는
영화연구소의 김혜준 연구위원이 `현행 심의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그리고 최
근의 검열사태와 심의기준에 대해'란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다. 이어 검열 문제
작으로 지난 `97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제주도 4.3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출품이 거부된 하늬영상의 `레드 헌트'를 상영할 예정이다.한편 영화제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서울영상집단 홍형숙 감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상영에 이어
홍감독과의 만남의 장도 가질 예정이다.

작품 `변방에서 중심으로'는 독립영화의 눈으로 독립영화를 바라본 작품으로
최근 독립영화들이 정체성을 잃고 상업영화로의 교두보 역할만을 해내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독립영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나름대로 전개시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이미 내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야마가터 영화제에 초청된 작
품이기도 하다. `변방에서 중심으로'의 제목이 암시하는 변방은 어디이고 중심
은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은 이 날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이번 영화제의 기획위원인 홍창욱군(정경대 신문방송학과.4)은 현재
중앙대 내에 영화운동을 고민하는 동아리나 단체가 없어 영화제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의 독립영화는 어쩌면 방향성을 잃은 것처럼 보일지
도 모른다. 그러나 전(前)세대들이 모두 제도권으로 편승되더라도 여전히 문제
의식을 가진 이들이 남아있으면서 잠재된 인력들을 인도하고, 이전 작업을 계
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독립영화 정체성에 관한 고민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보급할 것인
가', `독립영화의 관객은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비단 이런 고민들은 영화제
작인들만의 몫은 아니다.노동자뉴스제작단의 비디오테이프를 한 번도 접해보
지 못한 사람들, `푸른 영상'이라는 단어가 낯설은 지금의 세대들에게 이번 영
화제는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김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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