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종이투표방식은 개표과정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전자투표를 도입한다면 빠른 개표 시간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사진은 2009년 선거에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이지열씨(경영대 경영학부 04)가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는 모습.

학교 구성원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총학생회 선거날은 선거관리위원들의 “투표 좀 하고 가세요”라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만이 가득하다. 학생들은 극심한 취업난 탓에 학점 올리기만을 주요관심사로 삼고 있어 선거는 무관심으로 일관한지 오래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일찍이 유효 투표율인 50%넘기기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정선거 시비 또한 대학 총학생회 선거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 서울대에서는 선거관리위원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열어봤다는 의혹이 불거져 선거 결과가 무효로 된 바 있다. 서강대에서는 부정선거를 이유로 대학당국이 총학생회를 퇴출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앙대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제52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는 이틀간 진행된 후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하루의 연장기간을 거쳐 겨우 55.1%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제50대 서울캠 총학생회의 경우 반복되는 재투표로도 과반수 미만의 투표율을 보여 선거가 무산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50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공대에서 실시한 투표함에 25장의 총여학생회 투표용지가 발견돼 문제가 일었다. 이로 인해 선거 도중 공대 선관위원장은 결국 사퇴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제52대 안성캠 선거에서는 재선거 선거인명부에서 4학년 7,8차가 제외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학가 선거의 고질병인 투표율 저하 현상과 부정선거 시비에는 ‘투표 진행 방식’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단과대별로 마련된 투표소만으로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미흡하고 종이투표방식은 선거결과조작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이 투표와 종이로 문서화된 선거인명부로 선거를 진행하고 있는 중앙대와는 달리 인근 대학들에서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투표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숭실대는 재작년부터 종이 투표 방식을 전자투표제로 전면 전환했다. 전자투표제는 선관위에서 서버를 관리하고 전자투표소를 교내 곳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숭실대 유재준 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과 4)은 “전자투표제 시행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높여 보다 수월한 투표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학생증 바코드 입력 방식을 도입해 대리투표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도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해 이미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시킨 숙명여대는 온라인투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투표는 학교 서버를 이용해 집에서도 간단한 클릭만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숙명여대는 온라인투표 시행 결과 전자투표 시행 직전해인 2002년에 비해 무려 20%가량 높아진 약 5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투표율은 현재까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숙명여대 강보람 총학생회 중앙선거위원(중문과 4)은 “온라인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교내 곳곳에 전자투표소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2007년도 선거부터 모바일 투표방식을 도입해 종이투표제와 병행해오고 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 투표하고 이를 원치 않는 학생들은 종이 투표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려대는 투표제도 병행방식을 통해 작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57%로 시행 전보다 상승한 투표율을 얻을 수 있었다. 고려대 황준환 총학생회 정책차장(행정학과 3)은 “모바일 투표제도는 휴대폰 인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부정 투표 가능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연세대는 종이 투표를 그대로 시행하지만 전자명부제도 도입으로 중복투표 등 선거 과정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전산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전자명부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지정장소 투표를 고수하지 않아도 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종이 투표제도에서는 선거 절차의 번잡함을 방지하기 위해 단과대 별로 지정된 장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다.

전자투표제에 대해 중앙대 중앙운영위원 대다수는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도입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성캠 강경수 중앙학생회장은 전자투표제의 보안상 문제가 해결된다면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강경수 중앙학생회장은 “우려되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자투표제로 학생들의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개표절차도 간소화돼 전체적인 선거 소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과대 안형태 학생회장은 “전자투표제를 총학생회 선거에서 적용한 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도 도입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자투표제의 운영상 하자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미공영대 박경 학생회장은 “조작이나 오표 가능성이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전자투표제를 실행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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