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합정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여중생과 할머니의 난투극이 ‘지하철 패륜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 사건은 할머니가 지하철 좌석에서 신발에 흙을 묻힌 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소녀에게 질타하는 한마디를 던지며 시작된다. 그 이후 할머니는 소녀의 부모를 들먹이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소녀는 할머니에게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표출했다.

  나는 이 짤막한 영상을 보고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세태에 대한 우리 현실의 자화상을 본 것 같아 낯이 뜨거워졌다. 웃어른에 대한 공경은 온데간데없고, 어른의 아랫사람에 대한 존중 역시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건은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인파로 가득한 오전 출근시간 등굣길에 타인에게 짜증을 표출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흔쾌히 양보하였는지 생각해보자. 물론 이러한 것들이 법적인 규제와 같은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부재가 이번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을 볼 때, 이러한 것들은 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즉,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는 것은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배려’의 덕목이다. 배려라는 것은 나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며, 타인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되새겨 보았으면한다. 오덕진 미공대 신문방송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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