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영어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며칠 전 핀란드 학생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내면에 자리잡고 있던 영어콤플렉스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차마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수준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던 카페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영어 대화는 큰 근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꼭지로 들어가던 ‘중앙인의 수다’를 탑 기사로 키울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핀란드인 한나와 솔리를 만나는 순간 기자의 입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What’s your name?”이라 묻는 그녀의 물음에 말문이 턱하니 막혀버린 것이다.

  왜일까? 기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정규과목으로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왔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쏟아부었던 영어 사교육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What’s your name?”이라는 저토록 쉬운 질문조차 대답하기 망설였다니! 결코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영어말하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외국인 공포증에 사로잡혀 귀는 먹먹해졌고 입은 꿀을 먹은 듯 막혀버렸다. 중앙대 2학년이라는 기자의 스피킹 실력은 파란 눈의 그녀의 질문에 ‘어버버버….’ 하는 소리만 내뱉을 뿐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터뷰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후배기자 덕이었다. 오랜 세월 닦아온 미드시청경력으로 그나마 그녀들의 대화는 얼추 이해가 됐다. 다만 아직도 굳게 닫힌 입이 문제였다.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후배기자에게 부탁했다. “이런 것도 한번 물어봐봐.” 한국어를 사용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한나와 솔리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후배기자에게 통역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입학해 영어를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린 점은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다만 9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어 공교육을 받았음에도 아직도 영어공포증과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9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해온 영어는 ‘말하고 쓰는 영어’가 아닌 ‘듣고 읽는 영어’였으니 말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영어교과서를 읽으며 영어로 대화 해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 듣기평가와 문법, 독해를 했던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끔찍했던 Grammar 학습의 기억은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만 반감시켰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신문사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뛰어들 기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TOEIC, TOFLE, Opic 등 사회는 다양한 영어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숫자로 쓰여진 성적표 뿐만 아니라 유창한 외국어 스피킹 실력도 필요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영어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가는 촌스러운 사람에서 이제는 탈피하고 싶다. 대신 ‘솰라솰라’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꿈꾼다. 다만 이를 또 다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길, 성적을 위한 영어공부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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