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촛불시위 이후 저에게 ‘폭력’은 하나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해 동생과 저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광화문거리를, 종로를 헤매었거든요. 의경인 동생은 시위대를 막아서는 전투복을 입은 채, 저는 한 손에 촛불을 든 채였지요. 그때의 동생은 이제 제대를 하고 학생으로 돌아왔지만 당시 제가 동생에게 쓴 편지는 아직까지도 부치지 못한 채 책상 귀퉁이에 놓여 있습니다. 이 글은 정리되지 않(혹은 못)했던 촛불시위 이후의 복잡한 마음이 수잔 로리 팍스라는 희곡작가의 멋진 글을 만나 풀려 나온 졸고입니다. 그만큼 수잔 로리 팍스의 이 희곡은 제가 서있는 현재를 반영하고 있고요. 지금의 한국사회는 팍스가 그려내는 디스토피아처럼 ‘보호받아야할’ 국민들과 ‘보호받지 않아도 괜찮은’ 국민들로 나눠져 있고, ‘옳지 않은’ 일들이 ‘옳은’ 일을 덮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러나 일전에 만나 뵌 이현우 선생님이 하신 말씀처럼 촛불시위가 다음 ‘행위’를 위한 원 기억으로서, 즉 촛불시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상기되느냐에 따라 사후적으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기억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면, 다시 올 촛불시위에서 저는 동생의 손을 잡고 함께 거리를 걸을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 저에게 수잔 로리 팍스의 이 희곡은 ‘행위’를 상기시키는 원 기억이 될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저의 글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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