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내가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것이 가계곤란으로 학업이 어려운 학생들을 만날때다.

  이제는 역사의 한 사건으로 기억될 만큼 멀어져 가고 있는 IMF의 유탄을 우리 학생들은 현재 처절하게 겪고 있다. IMF는 젊음과 희망을 삼키는 괴물이 되어 아직도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학생들을 통해 심심찮게 목격된다.

  얼마 전에 기부자가 지정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면담한 학생도 IMF로 인한 가계곤란 때문에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 학생은 IMF 때문에 부모를 잃고 현재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과 함께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침 8시부터 11시 반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힘든 현실을 버텨 나가느라 큰 키에 여윈 모습이 한 눈에 봐도 애처로웠다. 그 학생은 너무 힘이 들어 이제 3학기 밖에 남지 않은 대학을 포기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하는 기부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보이며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부디 학업을 계속하기를 바랄 뿐이다.

  보통 이런 학생들은 장학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은데 “희망장학금”은 위 학생처럼 경제사정으로 학업에 곤란을 겪는 학생 모두에게 지급해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 되었다. 현재 많은 중앙가족들이 희망을 심어주는 길에 동참하고 있다. 희망장학금은 기존의 방법을 거꾸로 해서 먼저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지원할 장학금을 후에 모금하는 것이어서 위험성이 많아 걱정이 컸다. 지원학생이 179명이었는데 신청사유서를 읽어보니 모두다 위 학생처럼 어려운 여건 하에서 각종 아르바이트에다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는 학생들이었고 졸업후 여건이 되면 자신과 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되돌려 줄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사연을 알고 1200만원을 쾌척하신 동문 이 모 변호사님, 뉴욕에서 100불씩 동참하신 38명의 북미주동문님들, 자신의 저금통을 깬 학생,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문님, 급여에서 분할납부로 동참한 교직원·교수님, 학부모님 등 희망장학금을 내 주시는 모든 분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말로 큰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사회의 기부금은 주로 사회복지단체나 불우이웃돕기 등에 몰리고 대학에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어렵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더 기부가치가 크고 보람 있으며 그 결과도 빨리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대학원을 제외하면 교육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고 1학기에서 불과 몇 년정도만 지나면 내가 후원한 학생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부자가 한 번낸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후에 다른학생을 위해 또 장학금을 내는 아름다운 릴레이가 될 수도 있다.

 

윤형원 대외협력처 발전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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