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전학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전학대회는 서울캠의 단과대학생회, 과학생회, 동아리 분과 등 학생 자치 조직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총학생회의 활동을 심의하고 노선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학생사회 최대의 의결기구다. 때문에 학내 최우선적 현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가 이루어지고, 대회 내 결정사항은 학생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더군다나 이번 전학대회는 ‘학문단위 재조정에 따른 학생회 체계 논의’라는 중요한 안건이 있었기에, 성사될 것이라 내심 기대했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대회 중 ‘무산은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의 반영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전학대회는 시작 당시의 아무리 많은 인원이 와도 대회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 지난학기에도 학문단위 재조정이라는 화두에 초유의 높은 참석률로 성사되었지만 쉬는 시간에 많은 수의 대표자들이 이탈해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대회가 좀 더 일찍 끝나길 바라는 대표자들과 가능한 무난하게 넘어가려는 총학생회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는 정족수를 채워야하는 의결 안건을 먼저하고, 후에 보고 절차를 밟는 기형적인 방식을 탄생시켰다. 더 이상 안건에 대한 심의나 토론 같은 기초적 절차가 아니라 형식적인 ‘통과’만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다. 학생 대표자들은 책임감과 정치의식 부재 속에서 제도적인 권력만 갖고 있을 뿐 아무런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행정 관료적인 학생 대표자들과 학생 대표자에게 권리와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반성을 통해 학생 정치의 복원을 기대해본다.


표석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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