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을 위한 교양: 인문학도를 위한 이공학 강의>

1.과학의 시작

2.단위에 대해서

3. 영화속의 과학이야기

4. 금은 어떡게 만들어졌나

5.가속기 이야기

6. 노벨상 이야기

 

- 단위에 대해서

 

 

  요새 우리나라도 외제차 수입이 늘면서 우리 주변에서 적지 않게 외제차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엔 외제차를 수리할 때 모든 부품을 생산국에서 수입했으나 요새는 우리나라에서도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리가격도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최근에 나로호 발사 실패의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다. 이 나로호의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제작되고 로켓은 국내 기술로 제작되었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제작 되어졌지만 잘 조립 된다는 얘기다.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크기나 양을 나타내기 위해 단위라는 것을 사용한다. 그러나 가끔 애매하게 와닿을 때도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양 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혹은 작게 느껴지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3000원짜리 커피의 가격을 비싸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싸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를 심리양, 감각양, 혹은 감성양이라 한다.

  그러나 과학에서 크기나 양을 나타내는 단위가 각기 다르다면, 외제차의 수리비는 비싸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각기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발사체와 로켓이 조립되지 못할 것이다. 과학에서 사용되는 단위는 엄격하고 정확한 기준으로 정의된다. 그 예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미터에 대해 알아보자.

 1m는 약 3억분의 1초 동안 빛이 진공을 진행하는 거리로 정의 된다. 1791년 프랑스어에서 미터(meter)를 처음 사 용했는데, 이를 주도한 사람은 국민의회 의원인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가이다. 그는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하던 길이를 통일하여 일관된 길이의 새로운 단위로 바꾼다면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영국과 함께 시작했으나 결국엔 프랑스 단독으로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천만 분의 일을 1 미터로 정했다. 이 길이는 팔꿈치로 부터 중지까지의 2배의 길이에 해당된다.

  동일 경도상에 있는 프랑스의 툉게르크에서부터 스페인의 바로셀로나까지의 거리를 7년에 거쳐 삼각측량법을 반복하여 실지로 측량하여, 측정 결과를 토대로 북극에서 부터 적도까지의 거리를 정하였다. 1799년에 백금으로 미터 원기가 제작되었고, 미터가 정해지면서 1 입방 데시미터(10 cm3 = 1 liter)의 물의 양이 1 kg으로 질량으로 정해졌다. 여기에 시간의 단위 초(second)를 더해 미터법이 만들어졌다. 1875년 전 세계에서 미터법을 사용하기 위한 미터조약이 체결되었고, 현재 우리나라도 미터법을 사용하기로 한 미터법 조약에 가입한 51개국 중 하나다. 그 당시 가입국에게는 30개만 제작되었던 미터원기를 추첨을 통해 나누어 가졌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최근 측정기술의 발달로 북극과 적도의 거리는 10,000,000m가 아닌 10,002,288m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어떤 물질도 시간에 따른 변형을 막을 수 없어 결국엔 지금처럼 빛의 진행거리로 새로 정의 되기도 했다.

  미터법에 나오는 시간의 단위 ‘초’ 는 예전엔 평균태양일의 86,400분의 1로 정의되었으나 더 정확한 시간의 기준이 필요하게 되어 현재는 133-세슘 원자의 기저상태와 초미세준위간의 전이에 대응하는 방사주기의 9,192,631,770배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 이것을 이용하여 표준시계(원자시계)가 개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KRISS-1이라는 원자시계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2008년 7월30일에 세간에 보도되었다.

  길이, 시간, 질량 이외에 전류, 물질의 양, 조도, 그리고 온도 이 7가지를 양을 흔히 국제(SI) 단위계이며 기본 물리량이라 하고, 길이는 m(meter), 시간은 s(second), 질량은 kg(kilogram), 전류는 A(ampere), 물질의 양은 mol(mole), 조도는 cd(can dela), 온도는 K(kelvin) 단위를 사용한다.

  이처럼 단위는 명확하고도 변해서는 안되는 기준에 의해 정의된다. 과학기술이 발달 하면서 더 정확하게 더 세밀하게 정의 하는 방법이 변화하였고, 현재도 과학은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단위가 정의될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산수 시간에 자를 이용하여 길이를 재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땐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 길이의 단위엔 이렇게 명확하고 정확한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윤종철

(신기능이미징연구원 연구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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