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앙부처 장관 자녀의 특채 사건 이후 각종 선발·채용 과정의 투명성이 이슈화되더니 급기야 정부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작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드물게 초베스트셀러가 된 현상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가 전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어찌됐든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런데, 대학 입학사정관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공정성과 관련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이미 입학사정관제 전반으로 향하고 있고, 더욱이 모 대학 입학사정관과 연관된 트위터 사건이 터지면서 당국에서도 입학사정관제 공정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점수 위주의 기계적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소질, 적성, 잠재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하는 입시제도다.

  우리 학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선발 방식을 고민한 결과, 정부재정지원 이전인 2007학년도에 이미‘CAU 인재다양화전형’을 실시함으로써 어느 대학보다 앞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였다. 지난 4년 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한 학생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일찍이 자신의 관심분야를 발견하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값진 경험을 맛봤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전형이 바로 입학사정관제라는 작년 어느 합격생의 말처럼, 이 제도는 평소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생활을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했던 학생들을 우대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중등교육의 내실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명확한 선발 기준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까운 친인척 또는 돈 많은 집안 자제들을 선발하는 못 믿을 입학전형이라는 멍에를 씌운다면, 수능 한 문제 차이로 인생이 좌우되는 기존의 입시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변화의 발걸음은 또 다시 뒷걸음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자 1인에 대한 다수·다단계 평가방식과 교직원 자녀 응시에 대한 상피제도 도입, 윤리규정의 제정, 교육훈련을 통한 평가일관성 확보, 평가방법과 평가결과 공개 등 세간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입학사정관제 심사의 계절. 3년의 열정이 엿보이는 학생부를 훑고, 자신감으로 가득 채운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옥석을 가려내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만, 치열한 아이들의 삶을 보며 우리가 배운다.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음지에서 일한다. 묵묵히 노력했던 성과를 세상이 반길 때까지, 우리가 선택한 아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예쁜 꽃망울을 피울 때까지.

 

차정민 입학사정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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