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 봤을 파일럿이라는 직업. ‘운항인턴’제도를 통해 어렸을 적 꿈을 이어나갈 수 있다! 중대신문은 파일럿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정숙씨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운항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혁민 선배를 만나보았다.

 

 
김정숙(이하 김) :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혁민(이하 이) :
아시는 분이 아시아나항공에 부기장으로 계셔서 그 분의 소개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비전공자를 선발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아시아나항공 밖에 없었어요.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인턴’이라는 제도를 통해 매년 10여명의 비전공자들을 뽑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동기나 선배도 물리학과, 경제학과, 영어교육과 등 전공이 굉장히 다양해요. 2년간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부기장이 될 수 있죠.

김 : 취업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 :
학교를 9학기까지 다녔어요. 그래서 마지막 학기에는 수업을 한 과목만 들으면서 취업 준비를 했답니다. 일반 대기업 공채도 같이 준비 했어요. 학점의 경우는 크게 노력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정도만 맞춰놓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격증은 토익과 한자가 있는데 토익은 800점 이상이면 되고, 그 외 자격증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김 : 전반적인 입사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이 :
처음에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서류전형을 봐요.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실무자 면접과 영어 구술면접을 본 뒤 인적성검사와 토플시험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관문인 1차 신체검사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요. 그뒤 임원면접을 보고 통과한 사람이 2차 신체검사를 거치게 되요. 지원자의 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약 400명 정도 지원한 것 같아요. 이 중에서 최종적으로 남는 인원은 10명이니까 경쟁률은 40:1 정도 되는 거죠.

김 : 영어 구술면접과 토플은 어렵지 않나요
이 :
영어구술면접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운항팀에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두분과 함께 간단한 대화를 하는 정도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간단해요. 그리고 토플은 PBT형식으로 봐요. 토플 시험 점수는 비공개지만 그래도 준비를 해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 : 신체검사가 굉장히 까다로운 것 같아요
이 :
일반 대기업에서 보는 간단한 피검사나 소변검사 같은 신체검사와는 완전히 달라요. 1차 신체검사는 아시아나항공 의료팀에서 보는데 뇌파나 시력에 대한 검사를 해요. 특히 시력부분에 있어서는 이름도 낯선 검사들을 약 6~7개 정도를 해요. 1차 신체검사에서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임원면접을 거치게 되는 거에요. 그 후 2차 신체검사를 보게 되죠. 2차 신체검사에서는 간단한 의료팀에서 보기 힘든 장비로 검사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가서 실시해요. 신장초음파검사나 운동부화검사와 같은 것을 하죠. 1차와 2차를 합해서 약 30가지 정도의 검사를 하게 되요. 2차 신체검사에서 합격해야지만 최종합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 : 임원면접의 팁을 좀 알려주세요
이 :
저희는 다 대 다로 진행돼요. 사장님과 다른 임원들 총 4분과 지원자들 4~5명이 함께 면접을 봐요. 비행지식이나 운항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아요. 대신에 지원동기나 자기소개서, 프로필 내용에 대해 질문해요. 그리고 중요한 점은 튀지 않는 것이에요. 저에게 아시아나항공을 소개시켜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 ‘절대 튀지 마라’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넥타이나 복장 같은 것을 단정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궂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고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는 정도로 무난하게 면접을 봤어요. 임원면접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내용이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김 : 그럼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할까요
이 :
핵심은 진정성이 우러나게 써야 한다는 거에요. 저희 자기소개서는 양식 없이 2,000자 내외로 주어진 항목에 대해 기술하는 거에요. 지원동기가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늘이 좋았고...’ 같은 식상한 말은 절대로 쓰면 안돼요. ‘그랬으면 왜 행정학과에 진학 했는가’ 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기장과 아버지를 비유해서 썼어요. ‘내 어렸을 적 꿈은 멋있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지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이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장도 승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식으로 비유를 했더니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제가 문과생이라서 많이 부족해 보였을 것 같았는데 자기소개서 때문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 혹시 학교를 많이 보나요
이 :
학교를 안 보진 않아요. 저희 기수가 총 9명인데 제 동기들 중에서도 저를 빼고 항공대가 6명 나머지 2명은 서울대생이에요. 물론 우리 기수가 유난히 항공대생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똘똘한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학교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중앙대 정도면 무난합니다.

김 : 그런데 여학생도 운항인턴으로 뽑힐 수 있을까요
이 :
사실 우리 기수에는 여자가 한명도 없어요. 선배들 중에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임원면접까지 올라가신 분은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분도 나중에는 떨어졌다고 해요. 남자를 선호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조종 쪽 분야가 굉장히 보수적이거든요. 아무래도 공군 출신 분들이 많으시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회사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로 혼난 경우도 있죠.

김 : 입사 후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이 :
처음 한달 동안에는 금호아시아나 전 계열사 공채 사원들과 함께 연수를 갔다 왔어요. 그 뒤 한달동안 아시아나항공 안에서 교육을 받고, 3~4 개월 정도는 다른 팀에 지원을 나가 서 회사 업무를 배웁니다. 저는 예약업무팀에서 근무를 했어요. 그리고는 7월에 운항 훈련팀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자격증을 3개 따야 해요.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약 1년간 미국으로 가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는 비용은 자비 부담 해야하는 데 약 1억원 정도 필요해요. 그러나 회사에서 보증을 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돈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해서 돌아오면 부기장으로 일하게 되는 거죠.

김 : 미국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게 되나요
이 :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면장이라는 것이 필요해요. 일종의 면허 같은 것인데요. 총 3개를 취득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면장에는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과 계기비행이라고 해서 계기판만 보고 비행할 수 있는 자격증, 마지막으로 10명 정도 타는 작은 비행기를 운항하는 사업용 면장이 있어요. 면장취득기간은 총 36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 취득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에 가서 떨어진 사람은 없지만 비행이 자신과 잘 맞지 않아서 힘들게 갔다오는 사람은 있어요.

김 : 평소 연봉이 높다는 인식이 전반적인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이 :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요. 아직은 인턴 신분이라서 100만원 밖에 못받지만, 부기장이 되면 초봉이 세 후 7천만원 중 후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김 : 국제선과 국내선은 어떻게 나누나요
이 :
조종사는 승무원과는 달리 국제선, 국내선의 구분이 없어요. 대신 비행기 기종에 따라 항로가 결정돼요. 부기장이 되면 작은 비행기 기종을 지정 받아 제주도나 일본, 동남아 등으로 비행합니다. 5~6년 정도 지나면 기종 전환 신청을 해서 미주나 유럽 등으로 멀리 갈 수 있는 거죠.

김 : 직업의 안정성이 좀 떨어지지는 않나요
이 :
우리는 6개월에 한번 씩 신체검사를 다시 해요. 평생! 신체검사에서 결점이 발견 되었을 때는 퇴직 해야돼요. 그래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몸 관리 잘하고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65세 정년까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김 : 항공 조종사의 전망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이 :
현재 항공 산업이 많이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지금 비전공자를 뽑는 것도 조종사가 부족해서 뽑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 : 어떤 각오로 도전해야 할까요
이 :
저도 입사하자마자는 막연히 ‘이제 됐다 이제 인생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알아갈수록 엄청 많은 험난한 여정들이 남았더라고요. 사실 뭐 어느 길이나 다 힘들잖아요. 이제 수험생으로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 있으면 한번 쯤 도전해볼만한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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