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바람에 캠퍼스가 앓고 있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널린 무가지들은 캠퍼스의 미관을 해치고,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무가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어떤 컨텐츠를 담다루는지, 무가지를 읽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중대신문이 담았다.

 

  매주 월요일 학생회관 앞, 나는 아침부터 학생들을 기다려요. 내 친구들은 트럭에 잔뜩 실려 있어요. 그 친구들도 곧 도서관, 교양학관, 서라벌홀, 법학관 앞에 떨어져 학생들을 기다리죠. 처음에 난 학생회관에 함께 떨어진 친구들과 보기 좋게 가판대에 쌓여 있어요. 물론 가판대가 정해진 제 자리는 아니예요. 운이 좋으면 바닥에 있는 친구들까지 하루에 동이 나버려요. 하지만 방학엔 일주일 내내 날 읽어줄 사람을 기다리기도 하죠. 학생들이 한창 우릴 찾는 점심시간 전에 휴지통에 쑤셔박히기도 해요. 미화원 아주머니나 방호원 아저씨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우릴 처치해 버리는 거죠. 사실 우리는 종류가 꽤나 많아요. 대학내일, 캠퍼스 헤럴드, 캠퍼스 라이프, 캠퍼스 플러스, Ceci캠퍼스, 법률저널, 한국고시 …. 이름마저 비슷한 우리는 대학가 무가지예요.

무가지가 판친다= 대학생 대상 무가 잡지로 널리 알려진 대학내일은 전국 140여개 대학에 매주 7만부 안팎의 잡지를 배포한다. 전문 패션지를 정보원으로 가져 여대생들이 좋아하는 Ceci 캠퍼스는 전국 57개 대학가에 총 10만부 안팎이 배부된다. A4 사이즈로 휴대가 간편해서 반응이 좋은 캠퍼스 헤럴드는 주요도시와 수도권 100개 대학에 5만부 안팎을 배포한다. 이렇게 각 무가지별로 발행되는 총 발행부수를 배포장소로 나눠 단순 계산했을 때 서울캠이 매주 월요일 소화해야 하는 무가지 수는 약 3700부에 이른다.(오른쪽 하단표 참고, 법률저널은 금요일 발행)

  주기적으로 발행되는 무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내 곳곳에는 간행물 등록이 되지 않은 수 십 종류의 무가지와 광고, 홍보지가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다.

무가지 존재이유는 광고= 법률저널 광고부 차지훈 팀장은 “무가지를 발행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무가지만 제작하지 않고 수익매체를 따로 갖는다”며 “무가지는 다른 수익매체를 홍보하는 수단이거나 광고산업 매체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주요 대학 무가지 6개 중 법률저널을 제외한 모든 무가지 발행사가 일반 유료 매체를 함께 발행하고 있다. 법률저널은 사법고시·행정고시 준비생을 주요 독자층으로 삼아 12년간 발행돼 온 고시 무가지다. 주요 광고원은 고시학원과 법서 전문 출판사이며, 12년간 장기계약으로 광고 수주가 유지되고 있다. 고시 시장 자체가 좁고, 경쟁매체가 한국고시 밖에 없어, 무가지로 얻는 광고수익으로도 발행이 가능한 유일한 무가지라는 것이 차지훈 팀장의 말이다.

  광고를 넘어 마케팅 수단으로, 기업과 대학생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대학내일 김창대 본부장은 “한국의 20대가 대부분 대학생이라는 점은 20대 마케팅과 대학생 마케팅이 동일해지는 효과를 낸다”며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대학내일은 20대 겨냥 기업들의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참여프로그램이나 공모전, 취업 면접 정보를 다루는 점을 기업들이 20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 신문이 대학가에 무료로 신문을 배포하는 것도 바로 광고 때문이다. 한국경제 정규희 차장은 “신문의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매일 주요 대학가에 신문을 배포한다”며 “대학생에게 노출을 많이 시켜 잠재 독자를 형성하는게 주요목적”이라 말했다. 매일경제도 같은 이유로 매해 상·하반기로 나눠 신문 무료배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리대책도 無가지?= 대학가 무가지 범람 현상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캠퍼스의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다. 일정 주기로 발행되는 무가지의 경우 체계적으로 자체 관리를 시도하기도 한다. 대학내일 김창대 본부장은 “대학이 허가해주길 꺼리기 때문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무가지 배포하거나 협의하는 경우는 적다”며 “대학생들의 학사일정에 따라 발행부수를 자체 관리하고, 배부자를 통해 관리하는 편”이라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 자체에 무가지를 수용할 배부대가 없고,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해줄 인력이 없는 점은 무가지 범람 현상을 고질적 문제로 남게 한다. 중앙대도 주요 배포 건물 바닥에 무가지를 쌓아 놓는 경우가 많고, 기존 학내 언론매체의 배부대를 무단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는 지난 2007년 캠퍼스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대학신문과 클린캠퍼스 캠페인 협정을 체결했다. 클린캠퍼스는 주요 건물에 인키(INKI, 홍보팝업이 자동으로 뜨는 인터넷 연결 컴퓨터)와 LMB(lcd media board)를 설치해 교내 정보를 홍보하고 미관을 해치는 현수막이나 홍보지를 관리해주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학교와 클린캠퍼스의 역할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아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중앙대 클린캠퍼스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해야할 일에 대한 업무 분장이 확실치 않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협정 체결 후 간행물 배포 장소를 따로 마련하고 학외 발행 간행물을 클린캠퍼스 사무실에서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점이다.

  학생지원처 김남원 팀장은 “지난학기부터 무가지 배포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리지침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개강 후 무가지 실태를 더 조사해서 일정지역에만 배부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클린캠퍼스 사업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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