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문화전쟁의 시대다.

우리 시대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문화전쟁이다. 한국민
족예술인총연합에서 발간하는 민족예술지 10월호에 실린 `표현의 자유와 신
사유주의'라는 강내희 교수(문과대 영어영문학과)논문은, 오늘날의 문화예술
탄압을 이처럼 문화전쟁이라는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강교수는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이 과거에 이루어지던 사상탄압이 아닌 표현에
의 탄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예술인이 이적단체를 구성
했다느니 간첩행위를 했다느니'하는 사상의문제가 아닌 노골적 성묘사, 지나친
폭력 등 표현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사상은 꼭 표출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표현과는 무관할 지도모르나 표현되지 않은 사상은 무의미할
뿐아니라 표현은 사상의 증거물이자 곧 사상의 최종 발현체라는 점에서 문제
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재의 국면을 강교수는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현상이 아닌, 철저한 문화탄압의 정세가 숨어 있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
교수는 "이러한 문화탄압의 숨은 정세를 분석하기 위해선 오늘날의 사회변동
을 이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는 여기서 문화적 신보
수주의를 끄집어 내고 있다.원래 신보수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문화전쟁'은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스스로가 `퇴폐하고 타락한 아방가
르드 예술가들'이라고 규정한 세력들에 대해 벌이고 있는 성전(聖戰)을 의미
한다. 이들 신보수주의자들은 성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나 인종차
별에 항거하는 소수민족들에게 적의를 나타냄과 동시에 과거 미국의 전통가
치를 옹호하자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 미국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문화전쟁과 같
은 신보수주의운동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한국에서는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간에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
으로 밝히는 담론정치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우리 주변에 문화전쟁
과 같은 보수적인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 음반법, 방송심의위원회 더 나아가 보수언론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문화전쟁은 단순히 문화적 신보수주의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적 신보수주의가 주변부와의 연계없이 홀로 존
재할 수 있는 것인가.

바로 이 시점에서 강내희 교수는 경제영역에서의 신자유주의를 끌어 들이고 있
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문화에 있어 신보수주의들은 경제적으로 신자유
주의운동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경제적 신자유주의에 따른
노동력의 주변부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통제의 강화라는 신보수주
의 등장. 이 속에서 문화가 사회통제의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결국
문화가 신보수주의의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업구조의 유연화를 꾀한다는 명목아래, 신자유주의가 불러오는 조기퇴직,
정리해고제등 유연적 축적 전략은 일용직, 임시직, 하청 고용직의 증가를 불
러올 수밖에 없다. 강교수는 여기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동력의 주변부화'
가 구조적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수 노동력의 주변부화는 노동
력을 핵심과 주변부로 이원화시킴으로써 사회적 동질감을 떨어뜨리고 이들을
주변집단으로 이끌어 결과적으로 낙오자를 증대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
이다. 이처럼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은 주로 `펑크적' 경향을 띄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지존파나 막가파 아니면 폭주족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펑크
는 금욕주의나 경견주의보다는 향락주의 혹은 우상파괴주의등 자유주의적 양
상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문화에서 이러한 자유주의는 가부장적 질서의 해체
, 기존의 질서 그리고 문화적 가치나 정체성을 깨뜨리기 쉽다. 바로 여기서
문화적 신보수주의가 등장하는 것이다. 문화적 신보수주의의 전략, 문화전쟁
이 필요해 지는 부분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추동되는 자유주의적 경향들의 대중화를 조절하고 통제하
기 위한 새로운 가치들을 형성하려는 데 있어 문화적 신보수주의야말로 `물 만
난 고기'처럼 제 격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신성시 하는 결혼 이데올로기 `사
랑과 영혼', 개인보다는 국가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인디펜던스데이' 그리고
최근에 제정된 청소년보호법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편 유연적 축적 전략에 따른 노동력의 주변부화가 불러오는 문화의 신보수
주의외에도 신자유주의에 따른 공공영역의 축소 또한 문화의 신보수주의를
불어오는 원인이다. 조기퇴직, 대량해고등 임시직, 일용직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복지가 증대해야 할 필요는 증가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유연적 축
적 전략에 의해 작은 국가를 지향하며 복지 비용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 노동자, 학생, 농민들의 투쟁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들을 억압하
기 위해 문화적으로 억압하면서 신보수주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의 정세분석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논리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되었다. 하지만
강내희 교수는 이러한 신자유주위적인 모순이 계속되는 한 오늘날과 같은 문
화탄압은 문화전쟁이란 이름으로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김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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