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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산업사회라 일컬어지고 있는 오늘날 감시의 체계는 컴퓨터 문명이라는 미
명하에 더욱 공고화되어 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모두 데이타베이스화
되어 있어 스크린상에서 마우스놀림 하나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침탈당하고
만다. 이에 할술 기획면에서는 '정보화 사회의 감시와 처벌'을 주제로 오늘날
정보화에 따른 감시체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대안까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번주에는 감시와 처벌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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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대 위에서 가슴, 팔, 넙적다리, 장딴지를 뜨겁게 달군 쇠집게로 고문
하고, 그 오른손은 국왕을 살해하려 했을 때의 단도를 잡게 한 채, 유황불로
태워야 한다. 계속해서 쇠집게로 지진 곳에는 불로 녹인 납, 펄펄 끓는 기름
, 지글지글 끓는 송진, 밀랍과 유황의 용해물을 붓고, 몸은 네 마리의 말이
잡아끌어 사지를 절단하게 한 뒤, 손발과 몸은 불태워 없애고 그 재는 바람
에 날려 버린다."위의 글은 미셀 푸코의 책 `감시와 처벌'의 첫 페이지에 나
오는 것으로, 루이 15세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다미앙이라는 사람에게 내려진
1757년 3월 2일자의 유죄판결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해진 고문이었다.

푸코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그 후 약 80년간의 감시와 처벌, 즉 감옥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18세기후반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를 겪게
되어서, 이러한 신체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항의가 도처에서 발생한다.

이로써 프랑스의 범죄법은 일종의 전략이 되어, 처벌권을 `보다 규칙적이고,
보다 효과적이고, 보다 지속적이며, 또한 그 영향력이 보다 세밀하게 구석구석
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이다.이것은 인간을 신체형의 처
벌보다는 감시하에 두는 것이 더 능률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해에 기반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코는 이를 통해 죄수에 대한 제재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이렇게 감옥 안에
서 죄수들을 다루는 기술이 병영, 학교, 병원 등의 또 다른 지점에 적용, 확산
되는 것을 밝히고 있다. 결국 형벌제도라는 것이 모든 위법행위를 근절시키
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법 행위를 그 차이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감금'이 어느 순간 징벌의 본질적인 형태가 되어 버린
다. 푸코는 이 감금을 `전혀 다른물질성이고 권력의 전혀 다른 물리학이며, 인
간의 신체를 포위하는 전혀 다른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처벌 중
심이었던 무대의 전면으로 감금이 나온 것이다.감금이 이렇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된 것은 그 이전에 중요한 모형들이 형성된 데에 따른다.

이러한 모형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다른 모든 것의 뿌리가 되는 것이 1596년에
개설된 암스테르담의 라스푸이(Rasphu-is)라는 곳이었는데, 원래 이곳은 걸
인이나 미성년 범죄자를 수용하는 기관이었다. 다음으로는 강(Gand)의 감옥
인데, 이곳에서는 경제적 필요성에 따라 형벌 본위의 노동을 조직했다. 이것은
당시에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범죄를 저지른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
이다. 현대 감옥에서도 약간의임금을 주고 노동을 시키고 있다.

영국의 모형은 노동의 원칙에 덧붙여 독방을 교정의 본질적 조건으로 삼는 것
이다. 이것은 1775년 한웨이(Hanway)가 제시한 것으로, 독방은 수형자가 나
쁜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반성을 하여 자기의 양심 속에서 선의 목소리를 재
발견할 수 있는 `무서운 충격'의 효과를 자아낸다는 것이 그의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모형의 감옥이 있다. 이것은 미국 제도의 정치적 개혁
과 연결되어 있어서 가장 유명해진 감옥일 것이다. 여기서는 작업장에서의 강
제노동, 피감금자의 계속적인 일과부여, 이 노동에 따른 감옥에서의 금료지불
, 그리고 죄수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임금지불 등이 이루어진다. 이곳의 생활
은 계속되는 감시 아래 아주 엄격한시간표에 의해서 바둑판처럼 구획정리되어
있다.

하루의 모든 시간은 배분되고 활동 내용은 명시되어 있으며, 그것에 의무와 금
지의 여러 사항이 부과되어 있다.이러한 감옥은 죄수를 교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졌으나 그 계획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죄수들을 개심시키기는 커녕 오
히려 죄인과 범죄를 확산시킨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며, 18세기말 사람들이 가
졌던 죄없는 사회에대한 꿈은 사라진 것이다.

죄없는 사회는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왜냐하면 죄가 없다는 것은 경찰이 없다
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경찰력의 현존과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근거가 사라
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열받은 불법은일반인들에 대한 통제의 정당성과
수단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이어서 푸코는 가장 핵심적인 판옵티콘(Panop
ticon)을 말하면서 군주권력에서 법치주의로의 변이를 기술하고 있다.

이 원형감옥이라는 새로운 권력 형태는 병영, 학교, 병원 등에서 채택되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등급체계를 세웠다는 사실이다. 이 등급체계는
분할을 의미한다. 푸코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을 한 들뢰즈는 이것이 `광기
의 역사'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광인의 감금
은 `추방'의 양식이며, 죄수의 감금은 `분할'의 양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
분할의 양식이야말로 정보사회의 통제 양식과 커다란 닮은꼴을 가지고 있다.

18세기에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행형 개혁에서 발견되는 점은 처벌하는 권력
의 계산에서 비롯된 경제성으로서 형벌의 완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이 규
칙은 그 권력이 적용되는 지점에서 이동하게 만들고, 그 지점은 이미 신체가
아니며 정신이다. 또한 모든 사람의 정신 속에서 명확하고 필연적으로 확산되
는 표상과 기호의 작용이며, 곧`권력의 기술'과 연관된다.여기서 관념의 통제
에 의한 신체의 예속화, 신체에 대한 새로운 정치학이 나타나는 것이다. 갈수
록 규율은 엄밀해지고, 생활과 신체의 사소한 부분에까지 이르는 통제의 시선
은 권력장치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는 육체적으로 잔인하게 처벌하거나 추방하는 방식보다
분할하고 감시하는 방식으로 인해 더더욱 규율에 길들여가는 것이다.결국 푸
코가 서술한 감옥의 역사는 권력과 인간 개개인의 주체(성)-단순한 한 개인
으로서 주체가 아니라 개인이 형성되는 과정과 요소들의 배치로서의 주체성
-의 문제이다. 권력에 의해 주체(성)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점을 지적하
면서 감시망으로서 감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감시가 기능하는 `상
상의 지정학'을 읽어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징계와 처벌의 사회에서 통제와 감시의 사회가 되었다. 보
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인간은 일정한 시.공간 내에서만 활동하도록 조절될
따름이다. 우리의 모든 몸짓과 의식까지도 검열을 당하는 시대에 이러한 감시
와 처벌의 역사는 권력의 산재되고 중층적인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을 밝힐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푸코가 말하는 원형감옥의 감시망은 기독교의 전능
(全能)이전의 전지(全知)한 신과 매우 흡사하다. 증폭되어가는 감시와 합리성
의 중간지점에서 결국 문제의 해결은 개인 주체들에게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처벌'이나 `징벌'보다는, 일상 속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버린
`감시'와 `통제', `규율'에 우리의 관심과 저항의 몸짓을 보낼 때이다. 1840년
1월 22일 문을 연 메트래의 소년수용시설 독방의 벽면에 써 있다는 다음의 언
술은 지금이 더 적절한 듯하다. "신이 그대를 보고 있다."


권 경 우<영문학 석사3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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