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학에 내일이 없다행정체계나 학과 조직을 봐도 대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장단기발전계획은
있으되, 이를 밀어주는 추진력이 모잘르다. 지금 중앙대는 방만한 대학경영
으로 업무가 효율성을 잃고 있다.
이제라도 본부는 종전에 폭주하던 업무를 각 단과대에 위임하고 자신은 단과
대의 행정을 후방지원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또한 단과대별 발전정도를 수치화해 이를 채첨, 성과에 차등적으로 보상함으
로써 경쟁을 부추겨 대학발전을 모색할 것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기획특집 '대학의 미래를 진단한다' (1)행정체계에서는 대학경영의 내
일을 그려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계 최고의 중앙인이 세계 최고의 중앙대학을 만듭니다.'1캠퍼스 의혈로를
걷다보면 철학과 어느 소모임에서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그런 플
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면 굳이 세계 최고라 하지 않더라도 선진적인 대학을
건설하는 것은 많은 중앙인의 염원이다.
이런 이유로 몇 년전부터 학교운영에도 경영마인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목
소리가 높았다.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해 각 대학간의 경쟁체제에서 생존해
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에 따라 여러 자구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부서운영
을 팀운영제로 전환해 효율성을 꾀하기도 하고 전산화에 총력을 다해 업무에
편의를 도모하기도 했다.그러나 `교육개혁 우수대학 선정', `대학정보화 랭킹
4위' 등으로 치켜든 축배가 아직 식지 않은 시간, 학교의 다른 곳에선 그래도
중앙대는 멀었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듯하다. 기업경영의 시스템이 원활히 적
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중앙대는 종합대학이라는 성격상 기업
에 비교하자면 재벌 축에 속한다. 양캠퍼스를 합쳐 16개의 단과대학과 80개가
넘는 학과를 갖고 있다. 재벌에 비교했지만 이런 재벌도 드물 정도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몇 년전 각 대학들이 기업경영기법을 도입해
야 한다고 했을 때, 재벌들은 이미 대학들이 좇으려는 경영마인드에 한계를
느끼고 서서히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
ng)이니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니 하는 용어들도 그때 나돌았던 것들이
다.중앙대의 맹점이 여기에 있는것으로 보인다. 경영마인드를 논할 때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비판점이 남는 것이다.
기업들이 `군살빼기'에 혈안이 될 정도로 경도됐던 것에 비해 중앙대는 이러
한 점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던 것이다.물론 그런 시도가 없던것은 아니다. 지
난 1학기에 발표된 `행정조직개편안'은 `날씬한' 대학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시도의 하나였다. 이 안에 따르면 교무처와 학생처는 통합을 거쳐 교학처로 개
편되고 축소통합으로 인해 남는 인력은 각 단과대학 교학과로 전진배치된다는
것. 현재 50명인 교학과의 교직원이 교학처 통합에따라 30명이 늘어나 80여명
으로 증원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본부축소와 학과 중심 행정이 이뤄지는 듯 했다. 축소된 대학본부
는 학과별, 단과대학별 행정업무에 대해 후방에서 지원사격만 해주면 되고, 단
과대학과 학과의 행정은 본부로부터 독립해 다원화된 학교운영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 희망은 `부도수표'로 마감됐다. MC문제 등에 의한 행정마비라는 이
유였지만, 결국 본부의 추진력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개편안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단과대학별 독립운영체제는 대학발전과 직
결되어 있다. 단과대학들은 독립적인 운영으로 본부의 간섭 없이 다원적으로
활동하고, 단대별로는 자연스럽게 독자적인 발전모색을 통해 특성화까지 노
릴 수 있는 기대도 가능하다. 모처럼의 역동적인 활력소가 될 뻔한 기회가 근
본적인 추진 단계에서 무산되고 만 것이다. 이런 무산 위기에도 학과, 단과대
학 중심 행정은 계속적으로 추진되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획실의
박윤갑 계장은 "10년안에는 이러한 작은 규모의 다원화된 행정이 이루어지리
라 본다"고 예상하며 하루빨리 행정조직개편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
장한다.
행정조직개편이 이뤄질 경우 단과대학별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대학발전에 한
몫을 하리란 전망도 있다. 특히 예산의 차등지원과 같이 단과대학의 발전실적
에 따라 인센티브(incentive)를 부여하는 것이 좋은 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과대학별 저발전과발전의 우열을 가림으로써 특성화 단과대학을 추슬러 종
합대학으로서의 방만함을 억제할 수 있는 호재(好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다. 중앙대는 그동안경영마인드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부서의 담당역제, 전산
화, 팀운영 등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으로는 종합대학이라는 방만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것
이 라는 지적이다. 대학행정조직을 근본적으로 접근했을 때 학과, 단과대학으
로의 관심이 쏠린 것은 어찌 보면 대학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정도로
대대적인 수술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도 단과대학 중심의 행정체계가 운영되
지 않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본부 핵심들의 추진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
편안까지 완비하고서는 다른 사안에 밀려 실현하지 못해 행정개혁이 답보상
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학과별, 단과대학별 행정을 통한 대학발전은 요원
하기만 한 것인지 학교의 추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만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