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부산국제영화제 ‘배급지원펀드’ 수상, 2009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독불장군상’ 동시 수상….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는 국내 주요 영화제를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온 지 어느새 24년. 그녀에게 다큐멘터리란 어떤 의미일까? 중대신문은 현재 연극영화학부 겸임교수인 홍형숙 감독을 만나 <경계도시2>와 그녀의 다큐멘터리관을 들어 보았다.

 

이화여대 시청각교육과 졸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 박사 1996년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서울다큐멘터리영상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1998년 〈본명선언>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운파상 수상 2002년 〈경계도시>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 수상 2009년 〈경계도시2〉 한국독립영화협회 ‘2009 올해의 독립영화’ 선정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겸임교수

 

 

경계인과 경계도시 이야기

- <경계도시2>는 어떤 작품인가?
2003년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한국에 입국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자신과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송두율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7년 만에 개봉하게 되었다
촬영기간은 2003년 9월부터 1년 정도였다. 그 이후로는 편집기간이었다. ‘송두율 사건’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었던 만큼, 시간을 두고 거리두기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송두율 교수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었다. 영화가 지금의 모양새로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이를 다듬는 기간이었다.

- 송두율 교수가 자처한 ‘경계인’이란 무엇인가?
경계인에 대해 설명하자면 경계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보통 경계라고 생각하면 선의 개념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경계를 좁고 날카로운 선으로 인식하면 선의 이쪽과 저쪽이 나눠지게 된다. 그러면 만날 지점이 없어져서 서로 배척하게 된다. 그러나 경계를 지대와 공간 개념으로 설명한다면 좁은 틈만 있더라도 양측이 만날 수 있는 교집합이 생길 수 있다. 경계인이라는 것은 결국 양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넓혀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 경계도시 역시 그런 의미인가?
경계도시는 동·서독 분단시절 베를린의 별칭이다. 그런데 베를린은 통일로 인해 더 이상 경계도시가 아니다. 이제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서울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경계도시를 빌려왔다.

- 영화 속 등장인물에 대한 자막설명이 전혀 없는데
주인공인 송교수 자체도 자막을 넣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가볍고 경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개개인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의 ‘우리’의 모습이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하나하나로 인식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개인에 대한 자막이나 설명을 넣지 않았다.

- 나레이션을 직접했다
TV 다큐멘터리 경우 나레이션을 PD가 직접 하기보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김남길씨처럼 유명연예인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립 다큐에서는 감독 스스로가 다큐멘터리를 현실에 관한 창의적인 투사물 혹은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감독이 나레이션을 직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영화에서 중요한 화두가 ‘성찰’이며, 나를 포함하지 않은 성찰, 혹은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은 성찰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레이션도 직접 하게 되었다.

- 극 후반부로 갈수록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이 드러난다
독일 언론이 당시 “한국의 언론은 관찰자가 아니라 게임플레이어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에 동의한다. 언론은 일종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방향설정조차 굉장히 왜곡한다. 그래놓곤 사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송교수 같은 케이스 역시 비일비재하다고 생각한다. 입국한 지 한 달만에 여론재판은 이미 끝나버렸다. 이 사건을 보며 내 아이가 기자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슈를 만들어내고 사회가 가야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이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심각한 퇴행과 제자리걸음의 큰 원인인 것 같다.

- <경계도시2>가 대학생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이 영화는 송두율 교수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해도 무방하다. 그냥 보러 와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생각해본다면 <경계도시2>만이 가지고 있는 각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각자 놓인 상황에서 자기 삶과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한번 평가하고 우리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청년에게 희망이란 또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다. 청년이 제대로 서야 그 사회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과거에서 배우고, 각자 깨닫고, 오늘을 제대로 바라보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가는 법

- 24년간 다큐멘터리 영화만 찍었다
카메라가 감독의 눈이듯 다큐멘터리는 내 언어다. 즉 영혼의 다른 목소리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감독 홍형숙의 언어이자 목소리이며 표현의 도구나 다름없다. 영화 안에 감독이라는 사람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대상들이 때로는 굉장히 따뜻하게, 때로는 고심에 싸여있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다큐의 매력이다.

-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는데
사실 그동안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을 많이 다뤘다. 사실 딱딱하고 지루하게 다루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난 소위 말하는 386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큐를 하면서도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 최근 <우리학교>나 <워낭소리>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는 다큐가 많아졌다
우선 굉장히 반갑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건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아마존의 자연을 느끼는 것처럼 <경계도시2>를 보면서 내가 2003년에 모르고 지나갔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또 진지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한 사회가 건강하고 풍요로워지기 위해선 다큐를 비롯한 많은 문화예술 장르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최근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환경이 나빠졌다
독립영화상영관도 줄어들고 각종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모두 같은 환경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제작기획서를 영화진흥위원회나 영상 관련 각종 단체의 지원프로그램에 출품해서 제작비를 마련한다. 그 뒤 촬영을 거쳐 마지막으로 영화제나 공모전을 통해 상영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제작비 마련단계부터 경쟁이 무척 치열해서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대와 홍형숙,
그리고 이제는 영화학 교수까지

-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처음엔 <경계도시2>를 졸업작품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송두율 교수가 입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3주 정도의 촬영기간을 생각한 후 이 작품으로 졸업할 예정이었으나 7년이 걸렸다. 결국 이 작품으로 졸업을 못하고 다른 작품으로 졸업하게 되었다.

- 현재 영화학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것 같다
물론이다. 다른 학교에도 강의 나가지만 중앙대 학생들에게 괜히 더 애정이 간다. 물론 그 만큼 중앙대 영화학과 친구들이 굉장히 똘똘하고 재치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기쁘다.

- 이번 학기에는 아쉽게 강의가 없었는데
영화 개봉일정으로 인해 이번 학기 강의를 쉬게 됐다. 다음 학기 다시 다큐멘터리영화사라는 과목으로 강의를 하게 될 것 같다. 또 나는 스스로 인기교수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웃음). 내가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영화학과 친구들도 주로 창작 쪽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교수와 학생이 아닌 창작자 대 창작자로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 배울 때가 많다.

- 교수 홍형숙과 감독 홍형숙의 차이점은?
선생이라는 것은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다. 많이 알아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생은 일방적 정보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보다 조금 더 먼저 스스로에 묻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친 사람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생들을 먼저 살아간 선배로서 사회 기준을 건강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놓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들이 소위 스펙과 자격증, 취업에만 매달리는 비극적인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자신이 매혹당할만한 일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매혹시킬만한 것을 찾게 되면 그것에 미쳐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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