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사정

□ 두타
 실내라 추위 걱정도 없고, 사람이 많아 그와 붙어 있을 수 있는 쇼핑몰에 가자고 했다. 중앙인이니까 두타로! 사귄지 백일이 다 돼 가는데 좌우로 나란히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이 남자 과연 팔짱은 낄 줄 아는 걸까? 동대문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옥상가든에서 전의를 다졌다.

□ 에베레스트
 조잡한 간판에 뜨악했지만 그를 따라 식당에 들어갔다. 화덕에서 구워 기름기 없는 탄두리 치킨과 매콤한 커리가 난에 돌돌 말려 내는 노골적이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맛이 좋았다. 후식으로 홍차라떼 맛이 나는 인도식 커피‘차이’를 마시다 카메라를 꺼냈다. 오늘은 미니홈피에 올릴 커플사진을 찍고 말테다.

□ 청계천
 태극무늬를 수술삼아 노란빛으로 만든 오간수교의 무궁화는 한숨을 자아냈다. 그래도 강에 비친 동대문의 야경은 은은하고 아름다웠다. 바람이 쌀쌀해 분수물이 강가까지 날아왔지만 그것을 핑계로 그의 품에
파고들 수 있었다. 말없이 긴장하며 걷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손끝만 닿아도 움찔움찔하는 그, 누가 너 잡아먹겠다니?

그 남자의 사정

□ 두타
 쇼핑을 하자며 쇼핑몰로 끌고 가는 그녀, 기분이 업돼서 그런지 자꾸 팔에 엉겨붙는다. 착 달라붙는 그녀의 살결에 흠칫 놀랐지만 남자 체면에 여자의 스킨십 요구를 먼저 뿌리칠 수도 없고…. 요즘 여자들은 모두다 스킨십에 개방적인가? 예쁜 옷에 필이 꽂힌 그녀가 한눈을 판 사이 슬그머니 팔을 뺀다. 오늘은 그녀, 평소와는 다르게 비장하다.


□ 에베레스트
 쇼핑몰 순회공연 후 기진맥진해진 우리. 인도·네팔음식을 잘한다는 맛집을 찾았다. 비루한 실외 디자인은 별로 였지만, 앤틱한 실내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전통공예품을 배경으로 사진 찍자고 달라붙는 그녀. 갑작스레 뺨에 뽀뽀를 한다. 남들 눈이 몇 개인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람.

□ 청계천
 도시는 별빛을 잃었지만 야경을 얻었다 했던가. 춥다며 안겨있는 그녀 때문에 배에 계속해 힘을 주고 있지만 않았다면 겨울 야경의 운치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흡! 목을 감아오는 손 때문에 온몸의 털들이 곤두선다. 뿌리쳐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사이.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추위에 언 나의 입술에 닿는다. “어때 좋았어?”라는 물음까지 잊지 않는 그녀. 이 여자 선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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