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대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은 교수들에게도 예외 없이 불어오고 그 핵심에는 연봉제가 있다. 과연 대학에 연봉제가 필요한지 아니면 다른 제도가 더 적합한지 심층적인 논의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본부가 연봉제도입을 시도한 이상 현행 연봉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본부가 연봉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믿고 싶다. 필자도 대학발전에는 우수한 연구업적이 핵심이고 그러기 위해서 대학본부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교수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한 인센티브제도는 면밀하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결여된 인센티브제도는 무의미하며 오히려 기형적 연구풍토를 조성하게 된다. 따라서 평가기준의 조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우선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체계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기준을 강화시키면 된다. 그런데 지금 제시되고 있는 평가기준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평가기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교수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754)에 상세히 서술하였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본부에서 제시한 연봉계약서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다.


  연봉계약서의 5번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비밀유지조항이 있다. “본인은 위 연봉금액에 동의하고 연봉금액에 대하여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으며 또 이를 인지시킬 수 있는 제반행위를 하지 않는다.” 본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연봉제는 기본적으로 교수들의 연구실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에 따라 연봉이 책정되는 성과급제이다. 객관적인 연구실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도록 되어있는데 일반 회사와는 달리 교수의 연구실적이 공개되어 있어 모든이가 이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즉, 필자가 발표한 논문을 옆 방 교수도 언제든지 읽어보고 평가할 수 있으며 타 대학교수들뿐 아니라 대학원생, 학부생, 일반시민들마저도 원하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교수의 연구실적이다. 이처럼 만인에게 공개된 실적을 토대로 책정되는 연봉을 비밀로 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우려되는 점은 비밀유지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교수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비밀유지조항은 악용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위험한 조항으로 상호불신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몇몇 실권자가 객관적 평가기준을 무시하고 일부 교수들에게 차별적인 연봉계약을 하더라도 피해 교수는 비밀조항 때문에 그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연봉계약에 대한 내용이 타인에게 공지되었을 경우 해당 교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요컨대 현행 비밀유지 조항은 연봉계약서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삭제를 굳이 반대한다면 본 조항이 우리 대학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그 이유를 본부가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시영 사회대 상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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