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겨라, 이겨. 아! 아쉬워.”
여기는 각 단대별로 경기가 이뤄지는 체육대회현장. 상대팀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학우
들과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방에 퍼진다.

그런데 화려하고 박진감있는 경기가 진행되는 운동장과는 달리 저 멀리서는 남몰래 조용히
음악에 맞춰 단체로 몸을 흔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이들은 치어연습에 한
창 열중인 학생들이었다. 각 학과의 저학년들로 구성된 이들은 인물상도 다양하다. 공부만
열심히 할 것 같은 학생, 노는 것과 거리가 멀 것 같은 학생, 예비역 같이 보이는 저학년 학
생등 매우 다채롭다.

대체로 치어는 여학생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간혹 험상궂게 생긴 덩치 큰 남자들도 여학생
대열 속에서 큰 몸을 흔든다.

“야, 쟤네들 치어 연습하나봐. 저 남자 좀 봐. 쟤는 쪽 팔리지도 않나?”
“그거 하는 데 시간 보내는 것보다 미팅하는 게 백배 낫겠다.”

어느 지나가는 학생들의 비꼬는 소리. 순간 이들의 움직임이 매우 우습게 보이기 시작한다.
치어같은 현란한 몸동작은 여자가 하는게 낫고 남자들은 거친 운동을 하는 것이 괜찮다는
편견에서일까? 치어를 준비하는 이들은 이런 식의 비꼬는 소리를 듣고도 이를 악물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연습을 한다.

이제 치어공연 시간. 관중들은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그들을 보며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나 역시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떻게 준비했나 식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조용히 공
연은 시작되었다.

공연장에 나타난 그들의 눈빛은 무언가 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그리고 빠른 템포의 음
악이 흘러 나오자 이들은 그동안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적으로 터트리기 시작했다. 구경을
하던 학생들은 일제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모두 치어공연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고 열
광했다. 성공적이었다.

많은 박수갈채를 들으며 퇴장하는 이들에게 학생들은 서로서로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고 큰
소리를 외친다.

언제부턴가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우리 젊은 세대의 가치관. 그리고 무엇을 할까보다는 남들
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고민을 갖는 우리 시대의 생각들.
진정 어떤 것이 더욱 멋지고 자기 자신을 위한 충실한 방법인걸까? 매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육대회라는 학생들의 행사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감하는 것이 진정 아
름다운 멋이 아닐까?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과를 대표해서 그동안 갈고 닦아온 춤을 보여주고 공연장을
떠나 멋적어 하는 한 학생의 모습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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