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밌는 역설이다. 비정규직 보호 때문에 한 대학에서 2년 넘게 강의를 할 수 없다니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취지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도의 숙련성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정규직보다는 임금이 싼 비정규직을 원한다. 그런 까닭에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려 하는 것이 오늘날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바에야 차라리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를 부추기는 셈이다(얼마 전 정부에서 비정규직 1백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면서 2년 보호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자 했는데, 이 역시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 같은 시간강사는 어떨까. 절반은 보호 받고 절반은 보호 받지 못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은 전문직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고,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은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대상이 된다. 누군가는 보호대상이 아니기에 고용이 보장되고, 또 누군가는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해진다.

  판례에 따르면 주당 1학점은 주당 3시간 노동으로 산정되는데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하면 주당 15시간 이상이 넘어가면 보호대상이 된다. 따라서 한 학교에서 주당 5학점 이상씩 4학기를 출강할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경력이 아직 부족한 나로서는 비록 해당사항이 없긴 하지만, 요즘 내 주변에 학위 없는 시간강사들이 줄줄이 해촉되거나 해촉 위기에 몰리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서 자기 설자리(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대학들을 싸잡아 비난할 의사는 별로 없다. 대학들이야 비정규직 교강사 문제로 예상치 않은 골치를 썩을 바엔 사전에 문제의 싹을 잘라내고자 했을 것이다. 그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몇몇 대학들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라도 시간강사를 ‘정말로’ 보호하기 위해 학점 시수를 조절해주기도 하고, 시간강사와 전임교수들의 집단적 반발에 억지춘향이식으로라도 시간강사 채용을 연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학위가 있으면 전문직이고 없으면 비전문직이라는 행정지침은 어불성설이다. 통념상 박사학위라는 게 해당 학문분과에서 일종의 자격증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러한 학력 자본을 행정 집행과 법적 규정에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노동시장에서 학력차별이 존재하는 걸 제동해도 모자랄 판에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요컨대 그들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으로 외려 시간강사들의 삶을 불안케하고 있음 따름이다.

김성윤 문과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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