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사정

□ 프리모 바치오바치
오늘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 점심을 안 먹었다기에 식도락이라고 자처하는 친구에게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 알아낸 좋은 파스타 집에 들어갔다. 비록 스파게티와 파스타의 차이점은 뭔지 모르지만. 파스타를 입에 댄지 얼마 안 되서 그녀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다. 자신만만하게 파스타집에 들어갔는데, 벌써 신뢰도가 하락했을려나?

□ 가무
케이크를 한 조각씩 무료로 줬지만 6,000원이 넘는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명동의 숨겨진 잔인함을 알게 됐다. 카페 안은 복고풍으로 깔끔하게 장식을 해놔 분위기만큼은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계셨기에 젊은 남녀 둘이 만날 장소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도 별로 좋지 않다. 또 실패.

□ 청계천
복잡한 도심 속에서 청계천만한 휴식공간을 찾긴 힘들다. 그렇지만 걷는 길이 콘크리트라 생각만큼 오래 걸을 수는 없었다. 특히나 상대가 하이힐을 신었다면. 몇 가지 얘깃거리를 한 후에 결국 침묵이 이어졌지만 그녀의 미소짓는 표정을 보니 결과가 그리 나쁠 것 같진 않다. 착각일까? 


  그 여자의 사정

□ 프리모 바치오바치
 레스토랑이라 해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사람들로 북적거려 약간 실망이다. 이런 곳에서 충분히 얘기는 나눌 수 있을까? 그는 인기메뉴 ‘빤네’를 주문해 주지만 밋밋한 맛이 내겐 별로다. 많이 남긴 내게 그는 맛이 없냐며 조심스레 묻는다. 입맛에 맞지 않아도 좀 더 먹을 걸 그랬나?

□ 가무
 입구가 깔끔해 보이는 카페 ‘가무’로 들어간다.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니 카페엔 온통 어른 또는 노인분들로 가득하다. 얘기를 나누기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카페 분위기가 신경 쓰이는 건 나만 그런 걸까? 그런 기색이 내 얼굴에 나타났는지 그는 약간 당황한 듯하다.

□ 청계천
 밤의 청계천은 조용하고 예쁘다. 걷는 동안 그와 이야기 하려 노력하지만 이야기 소재가 떨어졌을 때 한동안 이어지는 침묵은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터라 이런 경우엔 난감하다. 아직까지 어색한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소개팅하는 동안  그와 그다지 친밀해지지 못했나보다.

 

 


● 코스 즐기기 ●

151번을 타고 롯데 영플라자에서 내려 명동 거리에서 우리은행 방향으로 가 은행이 보이면 우회전한다. BSX가 나올 때 좌회전하면 미니골드 건물 2층에 프리모 바치오바치가 있다. 가격은 평균 만원이다. 다시 우리은행 방향으로 가는 도중 던킨도너츠가 보이면 좌회전한 후 두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이화치과가 보이는 쪽으로 향하다 보면 가무가 있다. 커피 가격은 평균 5~8천원. 을지로입구역 2번, 3번 출구로 나가 보이는 큰길로 직진하면 청계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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