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부천!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BICOF)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사무국 앞 입니다. 밤 열시가 다 돼 가는데도 여전히 환하네요. 그럼 사무국으로 들어가볼까요?

  들어서자마자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숫자들에 놀랍니다. 하루하루의 일정이 일별로 나란하게 붙어있네요. 8월 중순부터 축제 당일까지 하루도 빠짐이 없습니다. 열 댓 명의 직원들은 사무국을 분주히 누비고 있습니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몇몇씩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나같이 초췌한 얼굴입니다. 축제일이 다가오면서 매일같이 철야로 작업하고 있다 하네요. BICOF 사무국 박데레사 홍보팀원과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도 그녀는 “언제 오셔도 상관없어요. 요샌 매일 밤샘 작업 중이거든요!”라는 왠지 씁쓸한 말을 건네셨답니다.

  지금까지의 축제가 만화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즐기는 데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BICOF2009에는 꼭 담아야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바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개원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런 기관은 없다고 하는데요. 축제 시작과 동시에 문을 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우리 만화의 도약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한국만화가 걸어온지 100년째 되는 해입니다. 제12회 BICOF는 이러한 두 가지 의미를 담는데 의의가 있지요.

  BICOF는 톡톡튀는 기획전과 특별전으로 방문객들의 눈을 만족시킬 예정입니다.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전시 만화, 만화전을 비롯해 해외 작가 교류전인 ‘링구아 코미카 리플레이’, 리얼리스트 만화가 ‘이희재 특별전’ 등 다양한 전시가 마련돼 있는데요. BICOF 사무국 강진숙 총괄디렉터는 가장 독특한 기획전으로 ‘밀로마나라 특별전’과 ‘성인만화 특별전’을 꼽았습니다. 밀로마나라는 올해 부천만화대상 해외작가 부문에 선정된 작가인데요. 여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야하면서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20여명의 국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펼치는 성인만화 특별전도 빠질 수 없습니다. 두 전시회는 노출 수위 때문에 19세 미만 관람불가에 소정의 입장료로 입장을 제한한다고 하네요. 강진숙 총괄디렉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라며 특별전을 소개했습니다.

  만화가들이 직접 참여해 전시공간을 연출하는 아티스트존, 기업과 관객의 만남의 장 비즈니스존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스쿨존은 세종대, 홍익대 등의 미술 전공 학생 중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중국 무림을 테마로 직접 부스를 차린다고 하네요.   
그 외에 ‘코스프레 최강자대회’와 ‘만화가 1박 2일’ 등 각양각색의 부대 행사도 눈길을 끕니다. 만화가 1박 2일은 웹툰의 해외 진출 모색에 대한 토론을 주제로 조석, 김규삼 작가 등 유명 웹툰 작가분들이 대거 참석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하네요.

  요즘 축제 사무국은 신종플루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감염 확률도 높을테니까요. 본디 어린 학생들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축제를 기획했던 사무국은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부스를 세우려 했던 스쿨존은 결국 대학생 위주로 변했고 그 외 어린이들을 겨냥한 행사는 대부분 대체됐지요. 박데레사 팀원은 “모두 함께 어우러진 축제보다 만화인과 작가들만을 위한 축제가 될 것 같아 아쉽네요”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사무국은 검역소를 준비하고 손잡이의 소독, 세정제 준비 등 다양한 신종플루 대책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BICOF는 한국 만화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게 될까요? 강진숙 디렉터는 “축제 하나로 산업 자체에 기여하는 건 힘들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축제는 공감을 이끌며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강진숙 디렉터는 “물론 재미로만 흐르는 축제는 지양해야죠”라며 “사람들에게 계속 기억되는 축제를 기획한다면 산업의 흐름도 바뀔 수 있습니다”며 축제에 대한 가능성을 역설했습니다.

  강진숙 총괄디렉터는 “재미면 재미, 비주얼이면 비주얼 그 어떤 요소도 빠지지 않는 역대 최강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라며 축제를 표현했습니다. 열정과 기발함이 가득담긴 만화축제의 빅뱅, BICOF를 만나러 부천으로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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