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정치’란 말에 무감각한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사가 그리 순탄하지 않았거니와, 그동안 많은 정치 인사들이 정치를 이용하면서 부정부패 등의 좋지 않은 면들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점차 정치에 실망하고 무관심해져 간 것 같다. 또 대학생들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바쁘고, 더욱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을 시간도 충분치 않아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시간은 더더욱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20대가 침묵하고 있을 때, 세상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그 결과는 그대로 우리들에게 되돌아온다. 실제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타나는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한국정치와 한국사를 좌우할 만큼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역사를 판가름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더욱이 현 MB정권하의 우울한 대학생의 모습은, 왜 우리가 침묵하고 있으면 왜 안 되는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요즘 대학생을 상징하는 단어들, ‘88만원 세대’, ‘이태백’, ‘등록금1000만원시대’, ‘스펙’, ‘인턴제’ 는 역사상 20대의 존재가 이렇게나 나약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불안정한 20대의 자화상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정권과 정책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지 결코 우리가 스스로 원하거나 우리의 잘못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현 정권의 정책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위의 단어와 같이 거창하고,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것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학생으로서 우리가 공부하는 학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의학과 약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과 관련이 있고,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여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역사학과의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 수정과 역사관과 관련지을 수 있다. 교육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부의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탄압과 교사의 자율권 탄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예는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관심에서 그친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현실을 그냥 보고, 듣고 가만히 있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더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라며 85세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재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하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조용함을 즐기는 자로 여겨지지 않고, 시민으로서 무의미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라고 했던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말은 우리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떠한 형태의 행동이라도 좋다. 짧은 비판의 글을 올리는 것, 제도적 방법을 이용하여 탄원하는 것, 서명운동을 하는 것, 거리에 나가 목소리를 내는 것 등 그 모습은 달라도 그러한 행동들은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행동하지 않고서 바뀌는 것은 없다. 행동하는 것은 곧 나 자신과 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행동이다. 행동하는 대학생이 되자.

임지혜 문과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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