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공부를 넘어 자신의 학문 분야를 심도있게 연구해야 하는 곳이 ‘대학원’이지만 원생들에게 제공되는 환경은 학부생보다도 열악하다. 그중에서도 공간문제는 강의실 부족, 연구 공간 부족 등으로 지적돼 심각성을 드러냈다.

  강의실도 옮겨 다녀야 하나요=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에 가장 기본적인 ‘강의실’이 충분치 않다. 공간부족 문제는 학부에서도 고질적으로 떨쳐낼 수 없는 고민거리지만 대학원의 경우 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동민씨(독어독문학 석사3차)는 “대학원 수업을 하다가 교수님과 함께 강의실 메뚜기를 뛴 적도 있었다”며 “단과대에서 수업을 하다가 강의실을 빌린 분들이 나타나 비워주기를 반복해 한 수업시간에 3번이나 옮겼다”고 말했다.

  대학원 수업중 적지 않은 수업이 대학원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이뤄지고 있다. 보통 학부 강의는 해당 소속 단과대 건물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의 절대적 공간부족에서 비롯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대학원 강의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반면 대학원 건물을 보면 강의실이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강의실을 배정받고도 실질적인 수업을 하지 않는 과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강의실 입구에 적혀있는 시간표에는 해당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수업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지만 실제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대학원 유재훈 행정실장은 “강의실을 교수님 재량에 따라 옮겨서 사용할 수는 있다”며 “중요한 것은 대학원 80여개 학과가 수업을 진행하기에 대학원 건물은 턱없이 좁다”고 말했다.

 

  나눠 쓰는 176개 좌석= 예비 연구자로서 대학원에서 자신의 학문영역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원 공간은 크게 ‘개인연구공간’과 ‘공동연구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책을 쌓아두고 자신의 학문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개인연구공간’은 열람실 부족으로만 보아도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지하에 마련된 열람실을 주로 연구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열람실은 176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학부에서와 마찬가지로 2600여명에 달하는 대학원생들이 충분하게 열람실을 이용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종희씨(문화인류학 석사 2차)는 “공부할 공간 자체가 없다고 봐도 된다. 주로 대학원 지하 열람실에 일찍 와서 자리를 잡고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76석의 열람실을 많은 원생들이 나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과별로 자리 추첨을 하기도 한다. 또한 열람실을 이용하는 원생들이 출석을 체크해서 이용률이 낮으면 타인에게 자리를 양도하는 식의 방식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공동 연구공간은 이렇게 원생들의 연구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나 의문점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강의실을 마련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생들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위해 자구책을 강구한 학과도 있다. 대학원 사회학과는 교수들이 지원하는 외부 연구소에서 연구공간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최진희씨(사회학 석사 3차)는 “학과 자체적으로 연구공간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불행중 다행”이라며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원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학습 공간 확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현재 주어진 서울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공간을 더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본부에서는 현재 대학원 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밝혔다. 대학원 홍준현 원장보(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로 리모델링 되는 도서관에 대학원생 전용좌석 250석을 확보했다”며 “근본적인 공간확보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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