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막으로 여성의 순결을 판단하는 남성들은 멍청한 남성들입니다.

"이윽고 학생들의 입에선 웃음세례가 한 보따리씩 터지기 시작한다. 총여학생
회가 주최하는 `性, 城허물기와 넘기'그 두번째 시간인 지난 25일. 공대 4251
강의실에서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었다.

"성폭행당한 여성의 처녀막이 파열됐다고 그 여성이 순결하지 못한 여성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라는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아니오'란 대답을 가벼운
웃음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그 웃음이 씁쓸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인가.
강의실에 앉아 있던 소수의 학생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그 질문에 `예'란 대
답을 던지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11일 MBC뉴스에서는 성폭행을 당하고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여
대생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마지막 부분에 "수치스러운 삶 대신 죽음을 택한
여대생의 선택은 오늘날과 같이 정조관념이 희박해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라는 기자의 멘트를 덧붙여 내보냈다.뉴스가 나가자 PC통신에는
하루만에 1백여통의 항의편지가 도착했고 지금까지 4백여통의 항의편지가 쏟
아져 있는 상태다. "성폭행 당한 여자는 죽어라." "죽어야 하는 사람은 여대생
이 아니라 택시 운전자다." "성폭행 당하고도 살아있는 사람은 정조관념이 없
는 여성인가." 욕을 아무리 해도 분이 가시지 않는다.

분명히 말해, 이번 일은 오랫동안 여성을 구속해 온 최대 무기인 `순결 이데올
로기'에 의해 또 한 명의 여성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 사건을 보도한 기자는 택시 운전기사에 대한 비난은 커녕 오
히려 자살한 여대생의 정조관념만을 들먹였던 것이다.순결의 중요성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우리가 문제삼아야 하는 것은 순결을 어느 한 쪽 즉 여
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순결'이라는 단어는
`남성과 여성의 순결'이 아닌 `여성만의 순결'이다. 아니 `순결'이란 단어를 처
음 사용할 때부터 `남자의 순결'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범위안에서 자유롭게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기에 순결을 일방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순결은 여성만이 지켜야 하고, 남성과 여성의 똑같은 행동을 두고도 비난의
화살은 모두 여성에게만 전가시키려 하는 것은 무슨 놈의 심보란 말인가. 이러
한 심보가 계속되는 한 머지않아 국어사전에 순결에 대한 보충설명이 이루어
져야 할 것 같다. 순결은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덕목'이라고.

<김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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