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학기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교양 과정이 개편되었다. 공통교양으로 ‘논리와사고’, ‘회계와사회’를, 핵심교양으로는 ‘진로탐색과자기계발’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이번 개편은 교양교육 내실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신입생 교양과정 개편을 중심으로 대학내 전반적인 교양수업에 대한 개편이 진행중에 있다. 전체 수업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교양교육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문적 지식의 토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대 교양교육은 대학수준의 기본교양을 고취시키기에는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장 먼저 교양학부의 위상 및 체제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교양학부는 2009년 1학기 현재 914개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행정단위로 편성되어 있어 책임소재 및 운영주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그동안 ‘학부장보’라는 직책으로 교양학부의 업무를 총괄했던 교수의 직책이 이번 개편을 통해 ‘학장’으로 변경돼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진 교수(정경대 정치외교학과)가 신임 교양학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교양학부는 정식 단과대 수준의 위상을 갖췄다.

 

  언어적 능력·회계 기초지식 신장,  최우선 과제로 추진= 학부장 직제 개편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교양학부는 대대적인 개편 체제에 돌입했다. 교양학부에서 가장 목표를 두고 있는 올해 개편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Chung Ang English Program, CEP)과 전문적 글쓰기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초 인문학은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키웠을 때 소양될 수 있다. 따라서 교양학부에서는 올해 2학기부터 원어민 교수와 20명 이하 학생들로 구성된 수업을 준비 중이다. 또한 영어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거쳐 교과과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회계와사회’ 교과과정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계학을 필수적인 교양으로 개설한다는 것은 신입생들에게 재정 관리·운용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게 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기업에서도 신입사원들이 회계학을 기본적으로 알고 입사하기를 원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신설했다.


  그러나 회계학을 기초교양으로 편성한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김누리 교수(문과대 독어독문학과)는 “교양수업의 수준이 그 대학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회계학’을 공통교양에 넣은 파격은 명문사학의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한자 1800자’를 외우도록 하는 교육내용을 국어 관련 교양 과정에 포함하는 것이다. 동양권의 한자와 서양권의 영어에 대한 기본적 지식수준을 소화함으로써 인문학 기초자질을 키우겠다는 학교의 의도다. 그러나 한자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학기 ‘국어와문학’ 과목에서 한자 1800자 교육을 실시하도록 되어있지만 교수에 따라 달라 일괄적으로 한자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진일씨(문과대 불어불문학과 3)는 “국어와문학 과목 중에서도 한자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있고 그렇지 않은 교수님도 있다. 확실한 공지가 필요하다”며 “필수라고 들었는데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겁난다”고 말했다.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으로 통일성 갖춰야= 교양학부 최영진 학부장은 “교양학부 내실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많지만 우선순위를 두고 먼저 필요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개편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교양학부 내실화 계획들도 어느 정도 기본 틀이 잡혀있는 상태다. 교양학부에서는 2010년까지 ▲과목장(주임교수제)도입 ▲선택교양 통·폐합작업 ▲공통 및 핵심 교양 과목 추가 ▲공통교양 교재 및 강의 매뉴얼 개발 ▲전임교원 강의비율 향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과목장(주임교수제)은 여러 분반으로 나뉘어 개설되어 있는 한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과목명으로 개설 되는 수업들은 교재 및 강의 매뉴얼을 개발하여 수업에 충실도를 높이고 통일성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임교원(교수)이 적극적으로 교양 과목에 수업할 수 있도록 장려함으로써 교양 수업에 대한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협조와 전문적 인력지원 필요= 개편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한다. 첫째로는 전면적 개편을 위한 학교구성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교양과목 중에서도 선택교양의 경우는 해당학과에서 교·강사를 섭외하고 과목을 설치하는 것까지 관리하게 된다. 때문에 과목을 폐강하고 새로운 강좌를 개설하는 문제는 쉬이 이뤄지기 힘들다. 선택교양을 관리하는 해당학과에서 과목 재설치를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과목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최영진 교양학부장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양 과목 설치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과목 재편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로는 교양학부 행정적 지원시스템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교양학부는 교양학부장과 서울캠 행정실장, 계장, 조교 그리고 안성캠 행정실장, 조교 이렇게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대 재학생이 양캠 합쳐 2만2000여명인 것을 감안할 때 관련업무 종사자가 6명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교직원의 경우 보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한 번씩 담당업무가 바뀌어 발령받는다. 발령이 나기 때문에 교양학부에 대한 전문 인력을 보장하기 어렵다.


  셋째로는 교양개편에 대한 학교 본부의 적극적인 수용태도가 절실하다. 사실 교양학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는 올해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2006년 교양교육 연구위원회가 설립되어 교양교육 내실화와 관련한 연구들이 활발히 일어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연구위원회에서 본부 측에 제시한 내실화 방안을 살펴보면, 현재 교양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물론 중앙대의 문제점들까지 세세하게 분석되어 있다. 그러나 연구위원회에 참여했던 교수들이 본부 측에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용되지 못했다.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던 김누리 교수는 “본부 측에 개선안을 보이고 교무회의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교양학부에 개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당시 개편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단기적 추진 방안을 토대로 중앙대 교양교육에 대한 개편이 점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여 전문 지성인으로써 기초를 닦고 기본적인 교양수준을 갖추기 위해 마련된 교양교육. 중앙대의 교육정신에 부합하는 지성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양교육에 대한 내실화는 시급한 실정이다. 부실함에 대한 분석과 발전계획을 바탕으로 한 내실화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양교육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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