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지 2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성폭력 예방규정)’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2007년 K교수 성추행 사건 당시 학내에는 성폭력 규정개정에 관한 학내 여론이 조성됐다. 학내 곳곳에 K교수 성폭력 사건을 성토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그해 12월에는 ‘성폭력 규정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이 개최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교 측도 규정 개정을 위한 초안을 작성하였고 당시 학생대표들과 K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심포지엄을 통해 규정 개정안을 논의했었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 모두가 모여 규정 개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2007년 내에 규정개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다음해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개정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까지도 구성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성폭력 규정개정은 5월에서야 ‘반 성폭력 규정개정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구성을 계기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학 본부는 개정안 작업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당시 학교 관계자는 “개정안을 가져오면 빠르게 행정절차를 밟아 규정개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심의위에는 양캠 학생지원처장, 양캠 학생생활상담센터장, 관련전공 법학교수, 학생상담 전문교수, 노동조합 대표, 기획처(당시 기획조정실) 기획전략팀장, 양캠 총학생회장과 총여학생회장, 대학원총학생회장 등 총 14명이 참여했다.

 

 

학교측 규정 마련은 ‘반색’ 확정은 ‘난색’

 

 

   심의위는 지난해 7월 3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3개월간의 논의 끝에 성폭력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성폭력규정개정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집을 기본 토대로 삼고 이를 보완하고 타대학 사례를 참고하여 완성했다.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성폭력상담센터 독립화 ▲예방교육 강화 등이다. 심의위 성폭력 관련 교양필수과목을 개설하는 등 예방교육에 관한 규정도 추가시켰다. 완성된 개정안은 행정협의회와 교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을 완성하면 빠르게 규정개정을 완성짓겠다’라고 말하던 대학본부의 입장이 달라져 규정개정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지난해 12월 대학본부는 성폭력상담센터의 독립적 설치가 불가하다며 개정안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심의위 측은 개정안 결과에 대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이나영 센터장(문과대 사회학과 교수)은 “당시 본부측이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작업 원점으로, 수정 절차 또다시

 

 

  현재 대학 본부는 성폭력상담센터 독립화 추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획처 김규환 전략기획  팀장은 “학생생활상담센터 산하에 성폭력상담소가 엄현히 존재한다”며 “몇 가지 보완하라고 한 것만을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재정과 공간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센터 설립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에 ‘성폭력상담센터 개설이 어려울 경우, 전문상담가를 초빙하여 성폭력상담소에 배치한다’라는 내용이 있음에도 규정개정작업을 실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나영 센터장은 “규정개정이 미뤄지는 사안에 대해 공지하지도 않고 미적지근하게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월 대대적인 행정직제 개편으로 학생생활상담센터장, 학생지원처장 등 심의위 구성원들의 보직이 변동된 점도 규정개정이 지체되는 원인 중 하나다. 김규환 팀장은 “직제개편으로 상담센터장이 바뀌었으니 규정 개정에 대해서도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이나영 센터장에게 새로운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성폭력상담센터 설립은 물론 예방교육, 성폭력 전문 상담가 초빙 등 개별적 사안 모두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나영 센터장은 “개정안 수정은 규정개정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가능하다”며 “당장 규정개정 절차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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