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 정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최근에는 민간 주도 사업인 시네마테크사업을 정부 마음대로 공모제로 전환하고 통보했다. 독립영화라는 호칭은 이제 단편·중편·다큐멘터리 영화로 바뀌었다.

 

이에 지난달 11일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영화가 삽니다’라는 제목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과 <낮술>의 노영석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등 활발한 활동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참석했다. <워낭소리>의 프로듀서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인 고영재 PD가 사회를 보았다. 독립영화로는 어딜가든 빠지지 않을 이들의 성토대상은 당연히 4기 영화진흥위원회였다. 고영재 PD는 “독립영화라는 명칭 자체가 영화진흥정에서 삭제되고, 상업영화, 비상업영화로 영화를 재편한다는 무개념 이론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4기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난했다.

 

독립영화는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다. 기존 충무로 제작 환경과는 별개로, 감독이나 PD가 대부분의 제작비를 조달한다. 안정적인 배급망이 없어 전용관을 찾지 않는 이상 독립영화를 감상할 수도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있어 구명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현재 정부 문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영화가 처한 환경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공공연히 시장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쟁은 좋다. 그러나 경쟁의 출발점은 같아야한다. 영진위는 독립영화지원정책을 없애버림으로서 제작여건도, 배급통로도 미미한 독립영화를 수많은 상업영화들 사이로 내몰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정부의 단방향, 무대화 통보행진에 전제된 게 소위 ‘색깔론’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대부분 인디·독립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한 뒤, 해당주체들을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소위 색깔론은 인권부터 문화 혹은 생활에서 정치까지 모든 편을 가르고 있다. 다양성을 지향하는 대중문화는 당연히 이 이분법에선 붉은 축에 속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고영재 PD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독립영화 측의 입장은 이미 모두 말했다. 정부의 후속조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실용적’인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대화와 논의를 통해 문화의 사업성을 따지고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정책을 결정해 ‘산업으로서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 장편 독립영화의 역사는 짧다. 그런데 벌써 <똥파리>의 로테르담 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워낭소리>는 상업영화에서 1000만명 관객과도 같다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섬세하게 인간의 내면을 끌어내는 촬영기법은 한국 다큐멘터리영화의 특징이라고 구분 지어질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더이상 이명박 정부의 색깔론, 혹은 어설픈 근시안을 통한 단순 손익 계산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독립영화에게 필요한것은 단순히 다큐멘터리로의 격하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아 상업성을 유지할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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