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자케의‘풀밭위의 점심식사’(사진 왼쪽), 소(小) 피터르 브뤼헐의‘겨울:스케이트 타기’(사진 오른쪽).

  관람실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이 실 커튼 속에서 찰랑거리며 관객들을 맞이한다. 라피크의 ‘목자의 잠’을 거쳐 조르주 브라크의 밝은 그림까지 따뜻함을 자랑하는 명화들이 가득하다.

  지난달 22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퐁피두센터 특별전>의 주제는 ‘아르카디아’다. 16세기 유럽에서 ‘유토피아’라는 의미로 사용된 아르카디아는 서양의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오랜 세월 영감의 원천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끊임없이 재생돼온 소재다. 이번 전시는 황금시대, 낙원, 풍요, 조화, 암흑, 되찾은 낙원 등 10개의 소주제로 분류해 서양 현대 미술가들이 생각하는 아르카디아에 대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루브르·오르세 박물관전에 이어 프랑스 3대 국립미술관 기획전의 마지막이 될 이번 전시는 퐁피두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79점을 선보인다.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 근·현대 서양미술사 거장의 작품 외에도 한국에서는 익숙지 않은 모르스 드 블라맹크, 리네케 딕스트라 등 현대에 들어와 주목받은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막스 에른스트의 ‘프랑스의 정원’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아르카디아를 가장 잘 표현해 낸 작품으로 흐르는 강과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많은 관람객의 시선이 멈추는 작품은 지우제제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다. 가로 11미터, 세로 7미터, 높이 3.5미터의 벽을 월계수잎을 넣은 철망 200개로 둘러 그림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월계수 향을 가득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낙원이 현재에도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으며 사람들도 낙원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캔버스에 물감을 점점이 찍어 모자이크한 듯한 알랭 자케의 패러디는 ‘현대식 수영장에서의 점심식사’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마음에 드는 단 한 점의 그림이라도 발견한다면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것이 미술전이다. 이번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모든 관람객에게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작품을 하나씩은 선물할 만한, ‘볼 만한 전시’임에 틀림없다.

● 일  시:2009년 3월 22일까지
● 장  소:서울시립미술관
● 관람료:일반 1만2000원 / 청소년 9000원 / 어린이 7000원

  예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렘브란트. 그는 그림에 사로잡혀 대학까지 중퇴하고 그림의 길로 들어선다.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돈과 명성을 얻은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자 슬럼프에 빠진다. 작품에 대한 혹평도 이어져 생계에도 곤란을 겪게 된 렘브란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이 시기 남긴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2009년 2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양미술거장展 - 렘브란트를 만나다>에서는 렘브란트, 루벤스, 푸생 등 17~18세기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서양미술거장전은 서양미술거장관, 렘브란트 특별전시실, 동영상 작품관의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약 50명의 서양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서양미술 거장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은 소(小) 피터르 브뤼헐의 ‘겨울:스케이트 타기’다. 아버지와 비슷한 기법으로 풍속화를 그린 피터르 브뤼헐은 이 작품에서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얼어붙은 강을 배경으로 삼아 넘어지고, 물에 빠지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이 작품은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 26점을 따로 분류한 렘브란트 특별전시실도 인기다. 동판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법인 에칭은 렘브란트의 유화 작품 못지않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가 가장 많이 남긴 에칭 작품 중 하나인 ‘자화상’은 화난 듯 찡그린 얼굴로 다양한 감정표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는 렘브란트의 회화작품 보다 에칭 작품이 많아 그의 화려한 색채를 감상하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 만으로 이루어진 그의 에칭 작품 또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

  세계의 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렘브란트, 루벤스, 반다이크가 걸작을 낳았던 시기, 유럽회화의 황금기라고 불렸던 17~18세기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 일시:2009년 2월 26일까지
● 장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관람료:일반 1만2000원 / 청소년 9000원 / 어린이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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