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가 있다. 지나가는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몫에 받을 정도로 떨리는 외모의 소유자인 케이크숍 사장, 이른바 ‘마성의 게이’라 불릴 정도로 매력적인 파티쉐, 곱상한 외모의 전직 복싱챔피언인 점원, 그야말로 몸매 ‘짱’인 보디가드. 네 사람이 만들어가는 알콩 달콩 아찔한 사랑이야기.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의 시놉시스다. 이 시놉시스의 핵심인 ‘남자들끼리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라는 소재가 더 이상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미 수많은 동성애 코드 문화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티크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미인도’, ‘소년, 소년을 만나다’ 등 스크린 속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같이 브라운관 속에서도 이미 동성애 코드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고려 왕 주진모와 호위무사 조인성의 사랑이야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드라마 ‘쌍화점’이 방영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동성애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동성애 요소를 등장시킨 영화 ‘왕의 남자’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동성애가 대중문화 코드로 등장하면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현재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퀴어(queer)’라는 단어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기묘한, 괴상한’을 의미하는 형용사인 ‘퀴어’는 ‘이상한 사람=동성애자’라는 편견을 담아 동성애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현재 퀴어는 긍정적인 의미로 모든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동성애자인 에릭 마커스는 그의 저서 『커밍아웃』에서 “어떤 동성애자들은 퀴어가 게이, 레즈비언보다 더 포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 단어를 선호한다. 원래 동성애자를 싫어하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단어인 퀴어를 재활용함으로써 본래의 해로운 의도를 없애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지금 동성애가 문화 코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민규 교수(미공영대 신문방송학부)는 “새로운 코드를 찾기 위한 대중매체의 위기 타개책의 하나로 동성애라는 소재가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식상한 콘텐츠에서 벗어난 색다른 것의 필요성 때문에 동성애 구도를 가진 콘텐츠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어 이민규 교수는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최근 들어 붐이 일고 있는 동성애 콘텐츠는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같은 동성애 콘텐츠라고 해도 성별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 남성들은 대부분 실제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대신 남장여자와 같이 실제 동성애자가 아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받아들인다. 반면 여성들은 두 콘텐츠를 모두 광범위하게 받아들인다. 단지 조건이 있다. 동성애자들이 실제로 처해 있는 심각한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꽃미남으로 대표되는 남성 성 상품화 콘텐츠라야 한다는 것.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점점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남녀 간의 성별 구분이 확실하던 과거 가부장적 사회가 사라지고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나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여성성이 과거에 비해 강조되었다. 그러면서 나타난 현상이 꽃미남 중심의 동성애 콘텐츠라는 것이다.


정덕현씨는 “산업적으로는 문화구매자로 여성들이 중심에 등장하면서 이들을 위한 컨텐츠의 하나로 남성, 특히 꽃미남을 등장시킨 동성애 컨텐츠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점점 중성화 되어 가고 있는 사회를 보여주는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최근에 나타나는 동성애 콘텐츠의 등장이라는 것이다.


개봉 첫 주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앤티크’는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다. 무대인사에서 여성 팬들이 몰려와 비명을 질러대고, 영화 상영 중 멋진 장면이 나오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탄성을 지르는 등 여성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꽃미남 중심의 동성애 콘텐츠’의 대표주자다.
현재 동성애 콘텐츠의 등장은 동성애가 부정적 이미지에서 긍정적 이미지로 넘어서는 과도기임을 반영한다. 동성애라는 소재 자체가 어둡고 우울하게만 표현되던 과거와 달리 발랄하고 명랑하게 그려지면서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 ‘앤티크’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과 아기자기함, 그 안에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가능성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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