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된 33편의 작품 모두 각고의 노력의 깃든 미완의 대작이었으나, 아직은 연마가 좀더 필요하거나 천재성을 주장하기에는 역부족인 작품이 대분이었다. 읽는 재미가 있으며 나름대로 짜임새까지 잡혀 있는 소설은 8편 정도였다. 그러나 대개 확연한 아쉬움이 있었다. 문장이 매끄러운 반면 담고 있는 이야기나 탐구가 진부하다든지, 이야기나 탐구가 진중하고 힘 있어 보이지만 아직은 진술하는 방법이 서투르다든지, 진정성은 넘쳐흐르나 전략이 부족해서 울림이 적다든지. 본심에 오른 세 작품은 문장력, 탐구, 전략 등에 있어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비교적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깝게 당선작이 되지 못한 「타작」은 목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지적인 청년을 다루고 있다. 깊어짐을 기대할 수 이야기다. 능숙한 짜임새와 정공법적인 진술력이 볼만했으나, 품고 있는 사유의 깊이가 아직은 미약하고 2차원적이었다. 사유를 강화할수록 종교를 제재로 한 인간 본성 탐구에 점점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장래가 기대된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갓 상경한 촌놈의 서울적응기를 고시원생활에 담아낸 「합격 고시원」은 어쩌면 벌써 진부한 제재일 수 있다. 하지만 제재가 진부하더라도 구체적인 경험에 기반한 성찰을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각에 담아낼 수 있다면 새롭지는 않더라도 또 하나의 날카로운 소설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돋보이는 「합격 고시원」은 그곳과 그곳의 사람들을 더 깊고 넓은 애정으로 바라볼수록 날카로움이 강렬해질 테다.

「속삭이는 사이」는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청년과,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젊은 여인이 공유의 공간에서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야기다. 매끄러운 진술력으로, 불소통, 소외,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소비사회의 모습, 월마트의 번성과 몰락 등 다양하고 풍부한 탐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섬세한 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충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속삭이는 사이」와 「합격 고시원」의 우열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두 작품 모두 소위 88만원시대의 주역인 난처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세대와 공간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바로 그 진정성이야말로 소재주의화, 짜깁기화, 잘 만들기화 되고 있는 젊은 소설들의 따분함을 극복할 수 있는 패기 넘치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두 당선자를 포함하여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노력에 상응하는 빛나는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방현석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종광 소설가

김서령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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