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대학교 시간강사다. 누군가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말할 것이 없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책을 쓰기도 한다. 정규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의 일이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 나의 직업에 대한 질문에 그저 ‘프리랜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 서울시내 모 대학에 교양강의를 하기 위하여 집을 나선다. 오전에 3시간 강의가 있고 저녁때에는 지방의 사립대에서 3시간짜리 강의가 있다. 하루 종일 두 강좌를 수업할 뿐이지만 두 학교를 왔다 갔다 하기에는 왕복 4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빠듯하다. 물론, 교통비에 대한 부담은 내가 하고 있다.


시간강사는 월급이 없다. 시급으로 강의료가 지급되며 시간당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받는다. 평균적으로 3만원 선이 시간강사들의 시간당 강의료다. 일주일에 3시간짜리 수업을 시급 3만원을 받고 강의하면 한달에 36만원을 받는다. 그렇게 4강좌를 강의하면 한달 수입은 144만원이다. 나는 석사학위를 받아 강의를 하고 있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도 시급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한국대학비정규직교수노조의 임금요구안이었던 9만 3931원과 비교했을 때 만족할만한 급여수준이 아닌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강좌 4개를 강의해도 강의료가 150만원 수준인데 사실 강의 4개를 나간다는 것은 시간강사에게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부르는 줄과 빽이 없으면 대학 강사 자리는 얻기도 쉽지 않다. 인맥과 학연으로 얽힌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실력만으로 대학의 강단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찾아볼 수가 없다. 학기 중간마다 다음 학기 강의를 위해 교수들에게 이력서를 수십 통씩 보내고 있지만, 답신은 거의 오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은 1년 12개월 중 4개월을 ‘백수’로 지낸다. 15~16주 단위로 고용되는 시간강사들은 강의를 하지 않는 방학 중에는 실업자로 지낼 수밖에 없다. 계약기간을 명시해 놓은 계약서가 존재하지도 않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은 채 고용되고 있는 시간강사들. 그저 학과 조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자면 어떤 일용직보다도 시간강사는 서글퍼진다.


시간강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교육부와 대학본부의 처우개선은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03년 서울대의 한 강사가 자살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계기로 변한 것은 강사 휴게실이 생긴 것이 전부였다. 17대 국회에서 시간강사 처우개선과 관련한 법안 상정이 무산된 이후, 18대 국회에서도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아직 대학가에서 비정규직인 우리들이 살아남을 자리는 비좁은 것일까.


강사들의 노동권 보장뿐만이 아닌, 한국 사회 대학현실을 위해서라도 시간강사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기득권 중심의 학문풍토에서 벗어나 참신한 연구를 위해서도 강의 및 복지 환경개선이 시급하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고단하다. 다른 교수들이 좋은 강의 시간대를 확정하고 남은 짜투리 시간을 맞춰 시간표를 확정했다. 서울에서 강의하고 허겁지겁 지방의 모 대학에 달려와도 해질녘이다. 늦은 저녁시간에 나의 사정을 이해해주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환경과 당당한 나의 위치에서 만족할 만한 강의를 제공하고 싶다.


박성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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