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복음화 시켜주옵소서” 교회에서 대표기도를 맡은 장로들의 단골 멘트다. 모든 신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한다. “이북에도 주의 복음을 전파하자”며 눈물을 흘리는 목사도 있다. 신자들 역시 진실한 눈물을 흘린다. 일요일 오전 9시. 대한민국 교회에 곳곳에선 비슷한 기도문이 낭독된다. ‘대한민국 복음화’는 이처럼 교회의 일상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이명박 장로가 대표적이다. 소망교회의 이명박 장로가 “대한민국을 복음화 시켜주시고 북녘에도 주의 사랑이 끼치게 하소서”라고 말했다면. 결과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非)기독교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분리 독립을 선언할지도 모른다. 기독교인도 “아멘”을 외치기엔 꺼림칙할 테다.


국민들에겐 이명박 장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어청수 신도도 아니다. 경찰청장이다. 본인의 직분을 잊어선 안된다. 하지만 정권은 자신의 위치를 잊은 채 전도 활동에 열성적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성서 속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12지파’라고 말하며, 경찰청장은 ‘경찰 복음화’를 위해 나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지도에는 사찰이 빠졌다. 이에 대한 해명은 “실수였다”는 답변뿐이다.


정교분리는 헌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종교와 정치의 결합은 매번 실패해왔다. 교황의 권위가 극에 달했던 중세시대는 암흑시기였으며 십자군 전쟁과 같은 비극을 낳기도 했다.


불교계는 정부의 종교 편향적 태도에 폭발했다. 성난 불심은 걷잡을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에는 20만명의 승려들이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도 했다. 20만 승려는 임진왜란 승병 이후 최대 규모의 집단행동이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닫자 여당도 불심을 달래야 한다고 하지만 정권은 반응이 없다. 목사들도 사찰을 찾아가 ‘불교계 요구를 지지한다’고 하는 마당에 정부만 꼼짝 않고 있다.


정치가도 인간인지라 종교에 대해 완전히 냉정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현 상황에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것이다. 현 정권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도를 했다고 자찬할지도 모른다. 착각이다. 이들의 전도는 기독교인의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칙을 벗어난 선교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각종 언론사의 ‘정부 종교편향’ 기사에는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 넘쳐난다. 지난해 모 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선교 피랍에서도 경험했던 일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외치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나 캠퍼스 내 무분별한 선교활동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가. 과잉선교는 교회를 찾고자 하는 이들 조차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예수의 뜻에 따라 살고 있는 기독교인만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묵묵히 봉사하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기독교인 들이다.


정권은 알아야 한다. 예수를 알리고 싶거든 예수의 교훈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예수가 말씀하셨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은 물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전도를 원한다면 변해야할 것이다. 예수가 가르친 대로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내 이웃과 같이 여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교요,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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