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다. 주인공 수연(차수연 분)의 삶도, 수연이 속해 있는 현실도.


20대 중반의 백조인 수연은 집에서는 애물단지요, 밖에서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투명인간이다. 영국으로 유학 가서 피아노를 더 배우고 싶다는 꿈은 있지만 아무도 수연의 꿈이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답답해진 수연은 가출을 한다. 동대문에서 옷을 파는 친구 연지를 찾아가지만 거절당하고 결국 찾은 곳은 동호(유하준 분)의 옥탑방이다. 수연은 영국 유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동호와 함께 팀을 만들어 밴드경연대회에 출전한다.


화면이 흐르는 내내 초점 없는 멍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연은 방황하는 20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할 만한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현실과의 타협을 시도하기엔 너무나 젊은. ‘내 앨범을 통해 세상이 좀 따뜻해 졌으면 좋겠다’는 수연의 순진한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이유다.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묘미는 배경으로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에 있다. 경연 대회 당일, 압박감에 피아노를 치지 못한 수연과 동호가 싸우는 장면, 뛰쳐나와 택시에 올라탄 수연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장면에 오버랩 되는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마음을 울린다. “왜 그렇게 겁이 많은 거야 이 바보야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않아 바보야 왜 그렇게 겁이 많은 거야….”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과 KM컬쳐의 지원을 동시에 받아 만들어진 영화라 중간 중간 낯익은 중앙대 학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연지의 남자친구로 아주 잠깐 등장하는 감독 이승영씨의 모습도 아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분명히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유쾌하지 않은 영화다. 공항 한구석에 앉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연의 뒷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공항에 앉아 서로를 보며 웃어버리는 동호와 수연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꿈꾸라고 말해줘.”

 

 

기자평점 ★★★☆☆
장    소 ★ 홍대 상상마당
홈페이지 ★ www.sangsangmadang.com
상영일시 ★ 9/1,3 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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