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0번째 생일을 맞는 한글학회에서 지난달 29일 ‘한글 학회 100돌과 우리 말글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건국대학교 새천년 기념관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국내외 18명의 한글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그 중 알브레히트 후베 교수(독일, 본대학)는 ‘훈민정음의 불안한 역사’라는 강연을 통해 한글의 역사를 되짚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후베 교수는 한글의 역사를 창제기, 암흑기, 재발견기라는 세 시기로 나눈다. 1446년 세종대왕과 집현전의 학자들이 훈민정음을 창제, 반포(창제기)함으로써 한글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창제 전부터 최만리, 신석조 등 당시 집현전 학자들에게조차 반발을 샀던 훈민정음은 이후 500여 년간 지식인들과 대중들에게 소외받으며 맥을 유지(암흑기)해왔다. 물론 이 시기에 한글이 아예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자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 후 한글은 일제치하에서 한글을 연구하던 학자들에 의해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과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1527년)등을 기초로 표기체계가 정립되어 보급·대중화 되었고, 결국 1962년 국보 70호,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지정(재발견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후베 교수는 한글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 창제기의 문제는 한글이 과연 한국의 독자적인 발명문자인가이다. 이는 최만리의 한글 반대 상소문의 내용 중 한글이 중국 전서체의 형태를 베꼈다는 전문모방론(篆文模倣論)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중국의 전서체와 한글의 형태에서 그 유사성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글 자모음의 형태가 혀의 모양이나 삼재(三才ㆍ天地人)의 모양을 본뜬 상형의 원칙을 따른다는데 있어서 한자의 형성 원칙과 유사하기에 설득력이 있게 제기되는 주장이다.

둘째, 암흑기에 발생한 문제는 한글과 음양오행설의 연관 여부이다. 훈민정음이나 해례본에는 한글 창제 당시 음양오행설의 원리를 적용했다는 말과 실제로 음양오행설을 이용한 자모음 순서 배치 등이 실려있다. 하지만 암흑기에 편찬된 <훈몽자회>의 저자 최세진과 최근 일부 한글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음양오행설은 사실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했던 성리학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정도로 한글과 크게 관련된 것은 없다고 한다.

셋째, 재발견기의 문제는 한글 자모음 순서의 일관성에 관한 문제이다. 남한의 경우 1933년 한글학회(당시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자모음 순서를 따르고 있지만 북한, 중국과 비교할 경우 그 순서에 다소 차이가 있다. 자모음 순서는 도서관의 책 배열 방식이나 컴퓨터 표기 체계 등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 국가의 문화적인 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 또한 신중히 고려하여 해결해야 한다.

한글학회는 이제 온해(백년)를 맞았지만 한글은 어느새 여섯 온이 다 되가는 세월을 지나왔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한글이 해를 겪을 때마다 갈고 닦여 어느덧 즈믄해(천년)를 지나 골해(만년)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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