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왕부정 거리입니다. 둘러보시다가 짝퉁 명품을 싸게 해준다고 하는 사람들을 조심하십시오, 소매치기도 위험합니다.”


우리는 호텔에서 15분여도 걸리지 않아 ‘베이징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번화가, 왕부정 거리에 도착했다. 왕부정(왕푸징, 王府井)은 말 그대로 ‘왕가의 우물'을 뜻 한다. 황실의 앞쪽에 위치했던, 물맛이 좋은 우물이 있었다고 알려진 거리다. 황실의 바로 앞, 수도 한 가운데의 거리였으니 옛날에도 얼마나 번화했는지 짐작할 만 했다.


현재의 왕부정도 많은 백화점과 대형 상점, 서점들이 들어서 커다란 번화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길거리엔 한국에서도 보았던 수많은 유명상표 광고들이 걸려 있고, 건물마다 맥도널드, KFC와 같은 패스트 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왕부정 거리의 터줏 가게인 신화서점의 DVD코너에서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가 방영 되고 있었다. 사방에서 중국어가 들려오는 걸 제외하면 한국의 어느 번화가와 다름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이것이 왕부정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신천지 백화점 쪽으로 가는 길 뒤쪽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왕부정 거리와는 정반대의 왕부정 거리가 나온다. 아직도 남아있는 전통 가옥의 흔적과 흔히 볼 수 없는 푸르스름한 썩은 두부, 그 자리에서 면을 뽑아 소고기 국물을 부어 내 주는 장터 국수…. 바로 이곳이 그 유명한 왕부정 먹자 골목이다. 한쪽에 자리잡은 각종 기념품들과 온갖 먹을 거리들이 뒤섞인 광경은 왁자지껄하고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겨운 분위기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


왕부정은 이면을 가진 거리다. 으리으리한 건물들과 호화로운 가게로 번화함을 한껏 뽐내면서도, 바로 뒤엔 순박하고 소박한 웃음을 띈 옛 중국의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다. 전혀 다른 각자의 매력을 맛볼 수 있기에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점점 자신의 옛 얼굴을 지워버리고 있는 마지막 과정을 목격하는 것 같았다. 왕부정의 10년 후 미래는 어떨까. 왕부정이 자신의 옛 얼굴을 완전히 지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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