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 파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앉아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의 2집 수록곡 ‘사계’의 한 구절이다. 1970년대 성장이 우선순위였던 시절, 서울 평화시장에서는 많은 소녀들이 미싱 기계 앞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조차 모른 채 살아가야만 했다. ‘사계’는 대부분 어린 여성이었던 미싱공들의 애환을 그려낸 노래로 평가 받는다.


노찾사는 1980년대 군부독재 아래 수많은 시위와 탄압으로 얼룩졌던 시기에 탄생했다. 1984년 서울대 ‘메아리’, 고려대 ‘노래얼’ 등 대학 노래패에서 활동했던 학생들이 모여 공연한 ‘노래이야기 가지꽃’을 시작으로 구성된 노찾사는 같은 해 12월에 1집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을 출반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노찾사의 앨범에는 곳곳에 아픔이 숨어있다. 그들은 ‘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살아가는 도시 노동자의 아픔을 말하고, ‘오월의 노래’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에서 슬픔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찾는 노래 속 발랄한 은유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타령이 주를 이뤘던 당시 대중가요시장에서 현실을 노래하는 민중가요는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노찾사의 앨범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는 이변을 낳았다.


올해로 데뷔 23주년을 맞은 노찾사는 아직도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래를 찾는 중이다. 노래를 통해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한 노찾사. 그들이 목 놓아 찾던 ‘노래’는 그들이 꿈꾸던 자유로운 세상,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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