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의 스토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소재로 한다.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늘 사람을 울리는 영화에는 무언가 독특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 이미 언젠가 죽는다는 전제가 있듯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언젠가 배신을 할 수도 혹은 당할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사랑은 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고통을 수반하게 되며 인간은 사랑과 배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다. 영화 <사랑을 위하여>의 여주인공(줄리아 로버트)은 남자친구로부터 배신당한 아픔을 잊기 위해 일자리를 찾다 부잣집에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되며 그 환자와 사랑을 하게 된다. 정말 사랑일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진행되는 스토리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한 사랑에 우리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배경에 등장하는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키스’라는 작품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건장한 남성으로부터 격정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여성. 그녀의 살포시 감은 눈과 붉은 입술 그리고 가녀린 육체의 곡선은 한 남성의 강렬한 키스에 빠져있다. 남성은 정확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환상의 베일에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에서 사랑을 나눈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수반한다는 상호 모순적인 심리상태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 사용된 황금색은 비잔틴 미술시대의 모티브로써 그들의 사랑을 세속적이지 않은 천상의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환자가 약을 복용해야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사랑하는 여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의 육체는 비록 병약하고 허약했지만 내면의 열정은 클림트의 ‘Kiss’에 등장하는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남성 이상이라는 것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강렬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클림트는 장식미술가로서 귀족 여인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려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가로서 활동했던 초기 클림트는 사실주의 작가였다. 그가 오스트리아 국립대학 대강당의 벽화에 그려준 ‘철학’(1900년), ‘의학’(1901년), ‘법학’(1903∼7년)은 당대 오스트리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작품이었다. 그 그림에 등장하는 임신한 여성의 누드나 노인 남성이 얼굴을 가리는 부끄러운 모습의 누드들은 모두 도덕적인 표현성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클림트를 교수로 지명한 빈 순수미술원의 제안은 거절되었다. 그리고 87명의 비엔나 대학 교수들이 이 그림을 대학 대강당에 두는데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0년도 작품인 ‘철학’은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그림들 모두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퇴폐미술’로 분류되면서 임멘도르프성에서 모두 불태워 졌으며 현재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김향숙·예술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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