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수염을 기른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나타났다. 남자는 ‘당신은 아름다운 눈을 가졌군요’라는 초상화를 한쪽 벽에 걸어 놓은 뒤 유유히 사라졌다. 얼마 후 뉴욕현대미술관에 나타난 그는 같은 방법으로 지나치게 주목받는 작가와 작품을 조롱하는 ‘토마토캠벨수프’를 내걸었다. 설치 다음날 혹은 내리 3일간, 심지어 작가가 인터넷을 통해 밝힐 때까지 발각되지 않고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발견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미국자연사박물관, 브룩클린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 차례로 나타나 자신의 작품을 살짝 걸어 놓고 사라진 그의 정체는 영국작가 뱅크시(본명 로버트 뱅크)였다.


2005년 8월,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건설한 가자지구 국경의 한 벽에 아이가 물통을 들고 있는 ‘페인트 통을 들고 있는 소년’이라는 제목의 벽화를 그려 화제가 되었다.


“가자지구 국경에 있는 벽은 팔레스타인을 감옥으로 만드는 벽”이라고 주장하던 그의 작품에는 벽을 넘어, 혹은 벽을 뚫거나 벽이 사라진 유쾌한 상상이 담겨 있었다. 


최근 그는 영국의 이라크전쟁 지원에 대한 항의성 그림들을 여러 곳에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디즈니랜드에 세운 관타나모 수용소 포로 인물상이다. 이 작품은 세계의 인권에 간섭하는 미국이 전쟁포로에게 가한 반인권적 처사에 대한 항의성 작품으로 폐장시간까지 많은 관람객들에게 공개돼 주목받았다.

그는 ‘아프리카의 피크닉’을 통해 인종 이기주의를 고발하고 ‘특종’으로 평화로운 가운데 감시카메라가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오늘을 이야기한다.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 대한 뱅크시의 저항과 고발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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