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뇌프의 연인들>에 등장하는 그림 렘브란트의 말기 ‘자화상’.
<퐁뇌프의 연인들>의 주인공은 여성 화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시력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루브르에 걸려있는 렘브란트의 말기의 자화상을 보고 싶어 밤에 몰래 들어간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했던 자화상의 주인공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는 누구인가?


그는 네덜란드의 남부 라이덴에서 출생하였다. 1632년 암스테르담 의사조합으로부터 주문받아 그린 집단초상화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가 성공을 거두자 초상화가로 명성을 누리며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642년 강렬하고 극적인 명암대비법으로 그린 단체 초상화 ‘야경(夜警)’이후로 그는 서서히 명성을 잃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같은 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가 죽음으로써 명성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그의 생활은 차차 고통스럽게 되었다. 그는 재산이 한 푼도 남지 않아 파산을 하였으며 두 번째로 맞이한 부인과도 사별하게 되었다. 더구나 1668년에는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 티투스도 죽게 되자 다음해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불행의 시기에 렘브란트는 인간의 내면적인 깊이를 그리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졌으며 그로 인해 자화상을 많이 그리게 되었다.


그림에서 보듯이 렘브란트가 말년에 그린 자화상 연작에서 우리는 깊은 빛과 그늘을 볼 수 있다. 즉 그의 작품에 있어서 색상은 빛 그 자체이며, 그러한 강렬한 명암대비야말로 작품에 흐르는 생명력이다. 어둠 속에 드러난  마치 병을 앓고 있는 듯한 그의 추한 모습에 어설픈 미소를 짓고 있는 ‘웃는 자화상’은 모든 것을 초탈한 인간 내면의 움직임이 표현되어 있다. 또 다른 자화상에서는 지친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에는 화가로서의 붓이 꽉 잡혀있다.


렘브란트가 자신의 인생의 말년에 그린 외모는 추하지만 내면은 끝까지 예술가이고 싶었던 진정한 화가로서의 자화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여주인공은 그런 삶을 예견하고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예로 렘브란트를 선택한 것이다.

김향숙·예술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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