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생회협의회(준)에서 발행한 노동시간단축 자료집 일부를 발췌해서 싣습니다. <편집자주>

프랑스는 죠스팽 정부가 출범하면서 1997년 법정 주당 노동시간을 2000년까지 35시간으로 줄이고 시간외 노동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입법 추진했다. 정부는 97년 경제 성장률이 3%였고 98년 경제성장의 예상비율이 2%이기 때문에 기업이윤은 증대될 것이고 노동시간 감소로 새로운 구매력을 창출하면 구매력을 상승시켜 오히려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노동강도가 높아졌으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모든 사람이 노동을 분배함으로서 여가시간을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노동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동일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사회당의 35시간제 방안은 12.6%에 달하는 고실업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생각되었다.

정부는 기업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한편, 시간외 노동에 대한 부가세를 부과하여 시간외 노동 대신 노동시간 단축분만큼 신규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또 공기업들이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과거 우파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민영화 정책도 대폭 후퇴시켰다. 이 계획은 우선 사용자쪽의 강한 반발을 샀다. 노조쪽에서는 잔업시간에 대한 임금보상을 포함하여 좀더 명확한 임금보전방안을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죠스팽 총리는 35시간제에 대한 자본측의 반발이 국내투자 저하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점을 의식해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1997년 11월말, 2002년까지는 종업원 20인 이하의 기업에 대해 주 35시간 노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1998년 2월 10일 프랑스 하원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법안(오브리 법안)’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세부적인 적용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특히 임금보전 문제가 큰 쟁점을 이루었는데, 자본측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근무시간 감축을 고려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임금삭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하원은 3월31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오는 2000년까지 의무적으로 35시간으로 줄인다’는 결정을 찬성 2백94표, 반대 2백44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경영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을 이유로 자본측이 격렬히 반대해 왔던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법안이 성사된 것이다. 그리고 1998년 5월19일 주 35시간제를 위한 ‘노동시간단축 지도촉진법’이 최종 가결되었다. ‘오브리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시간단축으로 생기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해당 기업에 1인당 연간 9천∼1만3천 프랑(230∼300만원)을 5년간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편과 전력 등 비경쟁 기간 산업체들, 즉 공공부문은 국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법의 세부 적용사항들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협의 과정에서 쌍방간의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99년 12월 제정될 ‘제2법률’ 제정을 위한 투쟁과정이 더욱 주목된다. 특히 사용자 단체인 CNPF측은 35시간제를 수락하는 대신 고용과 해고조건 완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요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죠스팽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발생할 임금의 추가 부담분에 대해 생산성 향상과 국가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96년에 프랑스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추가고용을 하는 기업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로비엥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법을 시행해 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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