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의 중심이라는 조캉사원. 조캉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티베트의 풍경은 가히 장엄했다. 새파란 하늘, 북적거리는 시장, 멀리 보이는 그림같은 드레풍 사원. 한눈에 티베트의 풍경을 담는다는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옥상에서 내려와 조캉사원을 마주한 바코르 시장 앞에 섰을 때 처음 들어온 광경은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이었다.


숨찰만도 한데, 조캉사원 앞의 수많은 티베트인들은 힘든 내색도 없이 업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두 무릎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낡은 끈으로 묶은 종아리를 보자 묻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겹겹이 꿰맨 헝겊을 바닥에 깔고, 얼룩덜룩한 까만 발바닥이 그대로 보이는 맨발로 끊임없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 오체투지의 모양새를 처음 본 이방인이라면 웃음을 참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겸허한 표정을 보면 금방 숙연해 질게다.


티베트인들이 그토록 열심인 오체투지는 우리나라의 절에 비유된다. 차이가 있다면 티베트인들의 그것은 두 무릎, 두 팔꿈치 그리고 이마까지 신체의 다섯 부위를 땅에 닿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오체투지(五體投地)다. 오체투지는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쳐 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예법”이라며 스스로 고통을 겪으면서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가이드가 전하던 말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가이드의 말을 생각하니 ‘티 없는 눈망울을 가진 티베트인들이 온몸을 바쳐 참회할 만큼, 그들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최근 티베트의 유혈사태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오체투지를 하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체투지를 하러 조캉사원 앞으로 걸어갈 티베트인. 그들을 생각하며 혀끝에서 말랑거리는 ‘티베트의 안녕’을 조심스럽게 뱉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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