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여배우인 니콜 키드먼의 열정적인 캉캉춤과 의상의 화려함으로 인해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영화는 ‘물랑루즈’. 1880년대 처음 발명된 전기는 파리 시민들에게 경이로움을 주었으며 1889년 처음 문을 연 물랑루즈의 조명을 구경하기 위하여 많은 파리 시민들이 밤에 산책을 나왔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전기의 발명과 함께 밤의 세계가 펼쳐지면서 화려해지기 시작한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 ‘물랑루즈’의 스토리는 시인과 댄서의 사랑보다 마지막부분을 장식하는 (프렌치)캉캉춤 일 것이다. 똑같이 늘씬한 다리로 아름다운 레이스 장식의 패치코트를 하늘로 차는 주인공들은 19세기말 프랑스 밤의 문화를 대표하는 캉캉춤의 댄서들이다.


영화의 배경에 등장하는 툴루즈 로트렉(Toulouse Lautrec, 1864~1901) 그림의 주인공인 잔 아브릴과 잔 라귈리는 당대 유명한 댄서였으며 미술가 로트렉과는 특별히 친분이 깊었다. 어린나이에 다리가 부러진 경험을 한 후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 난장이로서 살아가야 했던 로트렉에게 그들은 특별한 배려를 하였으며 틈만 나면 로트렉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당시 로트렉이 그려준 물랑루즈의 포스터들은 상업미술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고 그로부터 사람들은 그림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였다. 실제로 로트렉이 물랑루즈의 포스터를 그려준 이후 파리에서는 10년 사이에 100여개의 광고회사가 난립하였으며 국가에서 일정한 장소를 지정하여 광고를 부탁했을 정도이니 광고 포스터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로트렉이 그려준 ‘춤추는 라귈뤼’, ‘물랑루즈에서, 라귈뤼’, ‘춤추는 잔 아브릴’을 통해 우리는 19세기말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무질서한 밤의 문화를 엿 볼 수 있다. 사회의 소외계층 여성인 창부와 댄서들은 19세기 미술가들의 흥미로운 소재였다. 당시 부르주아 남성들은 여성에 관해 어머니 아니면 창부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인상주의 남성 미술가들 예컨대 모네나 르누와르등은 부르주아 여성들의 우아한 일상을 그림에 소개한 반면 툴루즈 로트렉은 사회의 소외계층의 여성들에 포커스를 맞추었으며 그것은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한 소외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여성 미술사가인 레나트 베르거(Renate Berger)가 19세기말의 남성미술가와 여성 모델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언급은 의미가 있다. “많은 남성미술가들은 모델과 관계를 가졌으며 그것을 통해 남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한 관계는 모델들이 비천해서가 아니라 당시 모델들은 창부였거나 스스로 미술가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로트렉은 그런 종류의 병으로 37살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다. 1989년 물랑루즈가 100주년 기념행사를 했을 때 독일 공영방송을 비롯하여 주변국가에서는 1월1일 첫 방송으로 물랑루즈의 공연을 전송했을 정도로 물랑루즈는 파리문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미술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훌륭한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시대정신이 투영된 그림을 그렸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관람자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인생으로 그려주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향숙 예술대학원 강사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