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의 분리독립 투쟁과 이에 대한 중국의 무력 억압이 심화되고 있다. 중대신문에서는 지난 1월 중순에 3박 4일동안 해외연수차 티베트를 다녀옴으로써 현지 르포 기사를 통해 평화로웠던 지난날의 티베트를 되돌아본다. 또한 티베트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 및 억압 과정과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살펴봄으로서 티베트의 현재의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
최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의 분리독립 투쟁과 이에 대한 중국의 무력 억압이 심화되고 있다. 중대신문에서는 지난 1월 중순에 3박 4일동안 해외연수차 티베트를 다녀옴으로써 현지 르포 기사를 통해 평화로웠던 지난날의 티베트를 되돌아본다. 또한 티베트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 및 억압 과정과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살펴봄으로서 티베트의 현재의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

하늘 나라로 가는 청장열차에서의 이틀

“으악, 이런데서 이틀 동안 지낸단 말이야?”

열차에 올라타 배정된 비좁은 6인실 침대칸을 보고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북경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티베트으로 향하는 청장열차를 탄 건 저녁 9시쯤. 앞으로 약 이틀 동안 이곳에서 지내게 될 터였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기차 생활에 각자 나름대로 적응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환한 차창 밖에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하늘은 한층 가까워져 있고 평평하고 넓직한 고원에는 간혹 가다 양떼나 야크 떼가 눈에 띈다.


같은 열차를 탄 인연으로, 경찰학교에 재학 중이면서 몇몇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읊을 만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던 20살 중국인 청년 왕양부터 너무나 수줍음을 타던 귀여운 중국인 꼬마 여자아이, 그리고 해군인 형과 여행 중이라는 17살 미국인 고등학생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티베트으로 향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틀 밤을 보내고 늦은 저녁이 돼서야 라싸역에 다다랐다. 너무나 현대적이고 으리으리한 라싸역의 모습은 티베트이라기엔 조금은 어색했다. 역에서 만난 재중동포 가이드는 일행 모두에게 환영의 뜻으로 차례차례 흰 천을 목에 걸어준다. “티베트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란 말과 함께. 

 

현대적인 라싸, 옛 것을 지켜가는 사람들 

3,650m 고도의 라싸 중심 시내는 티베트의 정신적, 정치적 수도인 만큼 아스팔트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각종 생필품을 파는 번화한 상점이 즐비하다. 외제 고급 시계, 일본 화장품 광고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상점 간판의 글씨는 대부분 중국어이고 그 아래 작게 티베트어를 썼거나 아예 없는 데도 있다. 이곳이 티베트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잘 안된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북경과 확연히 다르다. 티베트인들은 고유의 전통 복장에 전통무늬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 기도바퀴인 마니차를 돌린다. 경전이 들어있는 마니차를 한번 돌리면 경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한다. 첫 번째 목적지인 드레풍 사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지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외국인이 건네는 서투른 티베트 인사에 모두가 하나같이 씨익 해맑게 웃는다. 한국에서 왔다는 뜻으로 ‘한궈’라고 말하니,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드레풍 사원은 마치 그리스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사원의 작은 창문에는 검은 칠을 해놨다. 귀신이 못들어 오게 하기 위해서란다. 사원에 들어서니 특유의 향냄새가 진동한다. 사원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야크 기름이 든 병을 들고서 삼삼오오 끊임없이 사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원을 방문하는 것은 이곳 사람들에게 일상이자 삶의 한부분이다.

 

티베트 중의 티베트, 포탈라궁과 바코르 시장

티베트에 도착 했을 때 부터 그 위풍당당함에 넋을 잃고 바라봤던, 포탈라궁을 찾았다. 티베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돌산 위에 세워진 포탈라궁은 그 규모만큼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것만으로 힘에 겹다.


거대한 규모의 포탈라 궁은 사무실, 사원, 학교, 거주지이자 동시에 거대한 창고이다. 중국이나 몽골 황제로부터 받은 진귀한 보물과 티베트 역사에 등장했던 갑옷과 무기를 보관했다. 궁 중심에는 일곱 분의 달라이 라마를 모신 영탑이 있는데 금, 보석 등으로 치장해 화려함을 자랑한다. 궁내 도서관에는 티베트 문화와 종교의 기록이 담긴 7천권의 서책이 보관되어 있다. 원래는 천년 이상된 인도 문헌이 50여본 이상 있었는데 59년 달라이 라마가 떠나가게 되자 그 문헌들은 하나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고 한다.


포탈라궁과 더불어 티베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라사 한복판 바코르 시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붓다로부터 직접 축복을 받았다는 조워 린포체의 성스러운 조상을 보기 위해 조캉 사원에 몰려들면서 그 주위에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이다. 순례 중인 티베트 사람들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바코르 시장을 돌다보면 전통인형, 꼬마 마니차, 전통문양이 새겨진 카페트와 화려한 장신구 등등 너무나 티베트스럽고 티베트 향이 물씬 풍기는 각종 볼거리에 쉽게 눈을 빼앗기고 만다.  


이번에는 라싸시내를 벗어나 티베트의 청정 자연 그대로를 찾아 버스로 제법 먼 길을 떠났다. 해발 4,250m인 고지대를 향해 버스는 구불구불한 능선을 타고 끊임없이 올라간다. 아래는 그대로 낭떠러지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마주 오는 차에 보내는 신호로 곡선 길을 지날 때 마다 “빵빵” 귀가 따갑게 울리는 경적소리가 익숙해 질때 즈음, 암드록쵸 호수에 다다랐다. 위에서 바라보면 전갈모양이라는 호수는 에메랄드빛으로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호수를 바라보던 일행 중 한명이 말했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천국같은 호수,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곳에서 만난 꾀죄죄한 행색의 꼬마아이는 끌고 다니던 노쇠를 타고 사진을 찍으라며 억지로 손을 이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을 대했을 법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아이가 귀찮으면서도 한편으로 안쓰러웠다.
여행 기간동안 우리는 티베트 유일의 한식당인 아리랑 식당을 거의 매일 찾았다. 이곳 아리랑 식당은 티베트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주인인 조선족 이춘녀씨(39세)는 “청장열차 개통 후 티베트 여행객이 늘어나 이곳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국인 외에도 일본인, 티베트인 등도 김치찌개, 김밥 등 한국음식들을 즐긴다고. 한국음식을 매일 먹더라도 한국 사람들이 그외 고산지대에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건조한 공기와 고산병에 맞서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일행 중 절반은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라싸에서 몇시간 떨어진 시가체 일정을 부득이하게 포기해야 했고, 세라사원에서 오후 3-4시 정도부터 열린다는 승려들의 경전 토론 광경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생과 힘듦이 있었기에 사흘간의 티베트 여행은 그만큼 값지고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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