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역량 넘쳐 

대부분의 투고작이 기본은 되어 있었다.
이야깃거리를 찾아낼 줄도 알며, 그것을 나
름대로 구성하여, 개성 있는 문체로 그려낼
만큼의 재능 혹은 역량들을 보여주었다. 하
지만 재능과 역량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
었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찾기는 했지만, 어
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알
지 못하는 습작자들이 태반이었다. 억지스러
운 전개로써 좋은 소재를 난해하게 혹은 기
이하게 버려놓거나, 소재주의에 갇혀 버리거
나, 감정과잉에 빠져 유치찬란해지거나, 자기
이야기에 자기가 놀라 종잡을 수 없어지거
나, 하는 헤매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
다. 하지만 재능과 역량, 거기에 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으니 고칠수록 여러분의 소설은 좋
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지문을 입력하여 주십시오」, 「네츄럴」,
「팽이의 탄생」, 이 세 작품은 이야기도 탄탄
해 보였고, 절실하고 성실한 진술이 인상적
이었다.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조만간 당선
을 겨룰 만한 수준에 도달할 실력들이다.
두 작품을 놓고 무척 고민했다. 「툇마루」
는 칠순 노인과 청상과부 며느리의 이야기이
다. 노인의 시각과 심리가 탁월하다할 만큼
핍진하게 그려져 있어, 독자가 노인의 심경
이 되어 며느리의 삶을 연민할 만했다. 「겨
울 까마귀」는 불혹 무렵의 보험·도서외판원
여인의 이야기다. 불우한 환경을 감내하면서
삶을 꿋꿋이 견지해 내가는 중년여인의 삶이
냉혹할 정도로 세세히 묘파되어 있었다. 주
제를 중시하면 「툇마루」에, 기교나 구성을
중시하면「겨울까마귀」에 쏠렸다. 결국 세부
가 더 알차게 되어 있는「겨울 까마귀」를 당
선작으로 했지만, 「툇마루」도 당선작 못지않
은 수작이었다.


자기가 찾아낸(혹은 소유한) 하나의 이야
깃거리가 여러 사람이 볼만한 소설이 되기까
지는 수십 번, 수백 번 퇴고하고 절차탁마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응모 학생들이 저마다
가진 빛나는 소재의 소중함을 알고, 그 소재
가 소설-여러 사람이 혹은 단 한 명의 독자
라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이야기-이 되고야
말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자신에게 찾아온 그 소재는, 그 자
신만이, 소재 이상의 무언가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방현석·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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