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는 길: 2호선 홍대 입구 4번 출구로 나온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재벌 죽집’ 골목으로 걸어가면 ‘카페 티 테라스’가 있다. 카페를 끼고 우측 골목으로 들어서 걷다보면 검고 특이한 모양의 루프가 우측에 보인다.

  입구로 들어서니 층을 구분하는 벽이나 문이 없어 더 넓은 느낌을 준다. 어두운 공간에 드문드문 설치된 주황색 조명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층계참으로 올라가는 벽에는 지금까지 루프에서 열렸던 전시회의 포스터들이 길게 붙어 있다. 갤러리의 천장과 벽은 아무런 타일이나 벽지 없이 시멘트칠된 그대로다. 이유를 물어보니 전시회때마다 쉽게 전시풍경을 꾸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1층 갤러리는 전시회 준비로 드릴 소리가 요란하다. 2층에선 독특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유명한 일본 가수 MEG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3층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영상물을 편집하고 있다. 전시하는 날이 아닌데도 건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대안공간 루프의 풍경이다.

  ‘대안공간 인더루프(In the loop)’는 아시아적인 예술을 선보이고 이를 세계적인 기준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우리나라에서 몇 되지 않는 정부 법인 대안공간이다. 정부의 지원금으로 관람객이나 전시 작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획전이 1년 내내 열리고 있다.

  현재 루프는 수시로 젊은 예술가들을 모집·선발해 정기적으로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루프에서 작품을 전시한 예술가들은 정부의 지원이나 루프의 꾸준한 뒷받침 덕분에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관객 또한 루프 덕분에 신선한 예술가들의 세계를 접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다. 큐레이터 성용희씨는 “재능이 많은데도 금전적 이유 때문에 전시를 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아직도 많은데 루프는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대안공간 루프는 지난 9일부터 아시아비디오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호주 ‘Experimenta’의 큐레이터 리즈 휴즈(2004년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큐레이터)를 필두로 열 일곱명의 큐레이터들과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모여 아시아 국가의 비디오 아트 작품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포럼을 여는 국제 행사다. 공식 후원사가 한국 국제 교류재단이라니 그 규모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열정으로 가득찬 동아시아의 젊은 예술을 보고 싶다면 루프로 발걸음 해보는 것은 어떨까. 루프는 당신과 새로운 예술을 연결 지어줄 커다란 고리(Loop)가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