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게재된 약도만 보고 찾아가긴 조금 힘들었다. 이리저리 헤매고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되돌아 왔던지. 어느 한적한 동네 마트와 교회를 지나 꼬마들이 재잘대는 골목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그제서야 ‘대안공간 풀’이 나온다. 대안공간들이 주로 모인 홍대나 인사동을 벗어나 ‘대안공간 풀’은 종로구 구기동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9년 개관한 대안공간 풀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잊지 않으면서도 더불어 기획,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하반기 초에는 ‘지역연구와 미술’이라는 주제로 동두천과 마석가구단지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6월에는 ‘한국과 베트남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소설가 김남일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  밖에 동아시아의 문제와 고민의 공유를 위해 ‘경계와 흐름’ ‘동아시아와 여성’ 등의 주제로 세미나와 워크샵, 전시를 열었다.

  이외에도 신진 작가와 유사한 코드의 기성 작가, 비평가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논의의 깊이와 폭을 더하고 신진작가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막토이야기’도 진행 중이다. 김미영 프로젝트 매니저는 “대안공간 풀은 대안적 담론과 비평적 교류의 형성과 확산을 도모하고자 시각문화와 인문사회학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공간 풀이 다른 대안공간에 비해 탄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최초로 비영리 예술 공간으로서 전문예술법인으로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보다 투명하고 공공적인 운영을 통해서 대안공간 풀은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 다양한 곳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지금 대안공간 풀에서는 정정주 작가의 ‘OUTSIDE' 기획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건축모형과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카메라를 교차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는 보이는 세계와 존재하는 세계간의 균열을 말하며, 우리는 이러한 이분법적 구조를 통해 낯설음과 존재론적 자각을 경험할 수 있다.   

  대안공간을 찾았지만 작품 전시와 하루의 ‘작가와의 대화’만으로 뭔가 조금 부족하다 싶었던 적이 있다면 여기 대안공간 풀을 주목해보자. 찾기는 조금 힘들다. 그렇지만 ‘대안공간 풀’에서 그들이 준비한 알찬 프로그램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할 것이다.

놀러가는 길: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0212, 7022 초록색 버스를 타고 구기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동네 신영마트가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구기교회가 보인다. 교회를 지돌려서 열 발자국 정도 더 들어가면 노란 해바라기와 감나무를 사이에 둔 ‘대안공간 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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