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글러브만 노려보던 투수가 이내 발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눈빛에서는 다부진 기운이 흐르고, 공을 던지는 손끝은 야무지기만 하다. 공은 타자를 지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간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시원한 외침. “스트-라이크!”

창단된 지 어느새 55년, 이젠 대학 야구의 어엿한 중·강호로 자리 잡은 중앙대 야구부. 지난 10일 다가오는 대통령배 전국 대회를 대비하여 훈련 중인 야구부를 찾아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앙대 야구부의 본격적인 훈련은 오전 아홉시부터 시작된다. 야구장을 몇 바퀴 돌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에 본격적으로 투구 훈련이나 배팅 훈련을 시작한다. 훈련시간에는 타 대학이나 고등학교와 연습 시합을 갖기도 한다. 이 날의 훈련 상대는 고교야구에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장충고. 선수들이 마운드로 나갈 때마다 선수들끼리 응원과 함성이 울려 퍼진다. 한쪽에선 선수들을 관리하는 투수 코치와 타격 코치가 선수들의 결점을 지적하기 바쁘다. “엉거주춤한 폼을 유지하란 말이야, 바짝 서면 공을 받아내기가 힘들어!”  선수들은 지친 기색 없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본 게임처럼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다. 이날 장충고와의 시합은 1:0 중앙대의 승리로 끝났다. 생각보다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장충고가 타 대학에 뒤지지 않는 막강한 실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썩 나쁘지 않다.


점심을 먹고 쉰 뒤 세시 반부터 이어지는 오후 훈련. 투수는 그림을 보고 폼을 만들어 타구 법을 습득하는 섀도우 피칭을, 타자는 가까운 곳에서 공을 띄워 치는 TEE 배팅을 연습한다. 저 멀리에서 1루를 밟는 연습을 하고 있는 정진호(체육대 사회체육학부 1) 선수가 눈에 띈다. 정진호 선수는 지난 추계대학야구대회에서 모든 타율 5순위 안에 든 신예 선수다. 이병규 선수를 제일 존경한다는 그는 지난 대회의 선전의 비결을 묻자 운이 많이 따라주었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저편에서는 유희관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3)가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유희관 선수는 다음달 대만에서 열리는 야구 월드컵에 대학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로 선발 되었다. 오는 26일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그에게 각오를 물었다. “프로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라고 대답하며 씨익 웃는 미소가 참 밝다.


중앙대 야구부를 맡은지 어언 10년여가 지난 정기조 감독. 지금의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법 한데, 묻자마자 손사래를 친다. “그런게 있을 리가. 결과가 잘나오든 못나오든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만은 내가 알아줘야지. 내가 오히려 선수들한테 짐을 지우면 안 돼” 7년차 유영대 타격 코치는 말 안 듣는 선수가 누구냐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부모가 어디 자식 흉보는 일이 있냐며 장난스레 눈을 흘긴다. 이렇듯 중앙대 야구부는 단지 선수와 코치관계가 아닌, 부모와 자식같은 끈끈한 관계다.

중앙대 야구부는 오는 21일 대통령배 전국대학야구대회를 앞두고 있다. 처음인 만큼 이번에 정해지는 승패로 사기가 결정된다. 중앙대 야구부에게 있어선 굉장히 중요한 게임인 셈이다. 주장인 정운재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3)는 “야구부를 이끌어 주던 4학년 선배들이 나가고 처음 갖는 시합이라 무척 긴장 되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취재를 끝마치고 야구장을 떠나는 기자들에게 서른 한 명 야구부 전원이 따뜻하게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함께한 시간동안 순수하고 착한 그들에게 이미 정이 들어버린 듯 싶다. 올해를 마무리 지을 이번 대회에서도 중앙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중앙대 야구부 파이팅!”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